'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호출 앱을 운영하는 디디추싱에 이어 다른 세 개의 인터넷 플랫폼 업체도 안보위험으로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5일 국가안전법과 인터넷안전법 등에 의거해 국가 데이터 안보위험을 방지하고 국가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 등을 위해 윈만만과 훠처방, 보스즈핀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심사 개시 발표문은 조사 대상만 달라졌을 뿐 지난 2일 밤 발표된 디디추싱 조사 개시 발표문과 똑같다.
위만만과 훠처방은 만방그룹(풀트럭)이 운영하는 물류 앱으로 화물 업계의 디디추싱으로 불리고, 보스즈핀은 칸준그룹이 유명하는 구인구직앱이다.
이 세 곳의 공통점은 디디추싱처럼 미국 뉴욕증시에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보스즈핀은 지난달 11일에 나스닥에 상장돼 지난 4일 종가기준 회사 시가총액이 145억 달러에 달한다. 만방그룹도 지난달 22일 뉴욕증시에 상장됐는데 시가총액은 206억 달러에 이른다.
디디추싱과 같이 안보조사 대상에 오른 세 플랫폼도 당국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신규 회원을 모집할 수 없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그룹의 상장이 예정 날짜 이틀 전에 전격 취소되고 디디추싱 등 4개 업체가 안보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중국 당국의 인터넷 기업 길들이기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조사 대상에 오른 네 개 플랫폼이 공교롭게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업체여서 관심이 쏠린다.
이과 관련해 중국 내에서는 민감 정보인 개인 정보와 물류 관련 도로, 주유소, 정류장 등 주요 정보가 미국으로 건네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줘샤오둥 중국정보안보연구원 부원장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국이 이번 심사를 통해 중요 데이터와 국민 개인 정보가 나라 밖으로 나갔는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신규 이용자 등록 중지는 이와 같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을 핵심 기반으로 사업하는 업체들이 당국에 걸렸을 경우 어떤 후과가 뒤따를지 알면서도 정보를 유출했을 지는 의문이다.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과 국가안보 위협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중국의 위협에 경종을 울리고 해당 기업들을 제재하는 사용한 단골 논리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중국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근거로 잘나가는 기업들을 옭죄는 양상이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 센서 등을 통해 중국 정부의 통제 밖에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위치를 노출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된 뒤 일부 정부 건물에 테슬라 차량 주차를 금지하는 조처가 내려진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단 정말로 개인정보와 주요정보 누출 위험 때문인지 미·중 대결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 벤치마킹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