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서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 착수 과정과 이후 이뤄진 출국금지 조치의 위법성을 인지한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만큼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검 보고 2개월 만에…수사팀 해체 직전 이뤄진 기소
수원지검 형사 3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검찰 인사에 따른 수사팀 교체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이 비서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5월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방침을 대검찰청에 처음 보고한 지 약 2달 만에 이뤄진 처분이다.이 비서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재직하던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보고 받고 출입국 업무를 총괄하는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를 연결해 준 당사자다.
수사팀은 이 비서관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앞서 기소한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과 명확히 공모했다며 여러 차례 기소 의견을 냈고 번번이 판단을 보류하던 대검도 결국 수사팀이 해체되기 직전에 이 뜻을 받아들였다.
민정비서관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던 이 비서관은 기소 당일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면서도 국정운영의 부담을 고려해 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 뒤 후임 인선까지는 직을 유지하는 '조건부'로 사의를 수용했다.
이 비서관의 기소와 함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본류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올해 1월 수사팀이 꾸려진 지 약 6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 전후 과정도 위법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 비서관은 이 의혹들의 중심에도 놓여있다.
'기획사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여전히 수사 선상에
우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 전 비서관이 지난 201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거쳤던 윤규근 총경이 연루된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부각했다는 이른바 '기획 사정'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김학의 재수사'의 근거가 된 윤중천씨와의 면담보고서 내용 일부가 왜곡됐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이 비서관의 관여 여부를 살펴 왔다.
이와 별도로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의 위법성을 인지하고 수사하던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외압을 넣어 수사를 막았다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수사도 대상이 이 비서관까지 확대될 여지도 남아 있다. 이 의혹은 수원지검 형사3부가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하며 이 비서관이 당시 민정수석인 조국 전 장관에게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을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 달라"고 했다며 관여 정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수사팀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현직 검사인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은 혐의점이 있다고 보아 규정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공수처로 사건을 넘겼지만 조 전 장관과 이 비서관에 대한 처분은 아직 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갈이 된 수사팀에 공수처 대립…수사 차질 빚을까
이처럼 이 비서관에 대한 추가 기소 가능성이 남았지만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가 빠른 시일 내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5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따라 해당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완전히 물갈이됐기 때문이다.'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를 이끈 변필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장은 이번 인사로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전보됐다. 위에서 수사를 지휘하던 나병훈 전 중앙지검 1차장검사도, 변 부장검사와 함께 수사를 책임진 두 부부장 검사도 모두 중앙지검에서 떠났다.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과 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던 이정섭 전 수원지검 형사3부장도 대구지검으로 발령났고 기획사정 수사팀과 마찬가지로 김춘수 전 수원지검 1차장검사와 이 부장검사 밑에서 함께 수사한 부부장검사가 이번 인사로 자리를 옮겼다.
아울러 해당 의혹 관련 사건들을 공수처가 맡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 '기획사정 의혹'에서 파생한 이규원 검사의 면담보고서 의혹 그리고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에서 관여자가 검사인 사건은 공수처가 각각 검찰 수사팀에서 넘겨받아 수사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검찰이 공수처에 수사 협조를 구해야 하지만 공수처가 당장 수사 인력 부족 등으로 넘겨받은 사건에 대한 처분이 느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의 모습처럼 수사 범위가 겹치는 사건에 대한 이첩 문제로 두 기관이 대립하는 상황도 재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