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날마다 요일의 왕이 있다. 멤버들은 공식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 '#O요일의왕', '#왕의편지'라는 해시태그를 잊지 않는다. 또, 비·구름·변화·벚꽃·미·눈·태양까지 총 7개 왕국의 왕을 맡는다는 설정도 있다. 거대한 세계관을 제시해, '판타지돌'이라는 수식을 앞세워 올해 2월 데뷔한 7인조 남성 아이돌 '킹덤'(KINGDOM)의 이야기다.
"7개의 왕국 속 왕들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음악과 확실한 퍼포먼스를 통해 개성을 나타낸다"라는 포부를 안고 데뷔한 킹덤은 데뷔 앨범 '히스토리 오브 킹덤 : 파트 1. 아서'(History Of Kingdom : PartⅠ. Arthur)에서 비의 왕국 아서의 이야기를, 지난 1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 '히스토리 오브 킹덤 : 파트 2. 치우'(History Of Kingdom : PartⅡ. Chiwoo)에서는 구름의 왕국 치우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히스토리 오브 킹덤'은 8장의 앨범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진정한 왕으로 각성하려는 한 명의 왕과, 그를 돕기 위해 각기 다른 시간에서 온 여섯 왕의 대서사시를 펼친다. CBS노컷뉴스는 두 번째 미니앨범으로 한창 컴백을 준비하던 지난달 22일, 킹덤을 서울 마포구 소재 연습실에서 만났다.
킹덤은 아서(비의 왕국·화요일의 왕), 치우(구름의 왕국·금요일의 왕), 단(변화의 왕국·목요일의 왕), 무진(벚꽃의 왕국·수요일의 왕), 루이(미의 왕국·월요일의 왕), 아이반(눈의 왕국·일요일의 왕), 자한(태양의 왕국·토요일의 왕)까지 총 7명으로 구성된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맏형 단(1997년생)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2000년생 이후 출생자다.
리더 단은 "전 세계에 있는 문화를 저희만의 색깔로 판타지를 더해 K팝으로 재해석하는 팀이다. 하나의 왕국을 저희가 하나씩 소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왕국의 소개가 끝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묻자 단은 "여덟 번째 이야기가 시작돼 (저희가) 한자리에 모인다. 마블처럼 '킹덤 유니버스' 같은 느낌이다. 다음 시리즈 주인공이 누가 될지 뮤직비디오 맨 마지막 장면 쿠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새 타이틀곡 '카르마'(KARMA)는 구름의 왕국 치우 왕의 업보(KARMA)에서 유래한 곡으로, 왕의 고뇌와 아픔, 나아가 치유와 희생까지 담긴 서사적인 음악이다. 몽환적이면서 격정적인 분위기의 에픽 댄스 팝이다. 곡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부탁에 "진짜 칼군무"라고 소개했던 데뷔곡 '엑스칼리버'에 이어, 이번 '카르마'도 웅장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무대에 올라가는 인원만 26명에 달하며, 들어 올려지는 멤버도 있다.
루이는 "저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미리 설명하고, (연습 중) 문제가 있으면 계속 말해서 최대한 (댄서들에게) 편하게 해드리려고 한다"라며 "인제 올라가기 전에 눈만 봐도 됐다, 안 됐다를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무진은 "제가 댄서분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니까 (동작이) 더 안 되더라. 더 힘이 들어가고"라며 "인제는 서로 더 편해졌다"라고 전했다.
'달그림자', '왕의 갑옷', '구름의 정령' 등 이번 앨범에 맞춰 공개한 의상은 무대에도 입고 오를 예정이다. 콘셉트를 잘 보여주는 의상이긴 하지만, 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오래 입고 있느라 멤버들은 고생을 깨나 했다. 단은 "'엑스칼리버' 때도 비슷한 무게와 두께의 옷을 입었는데 그래도 겨울이어서 덥진 않았다. 이번엔 더워서 땀띠도 났다. 뮤비 촬영장에선 거의 30~40시간 입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구름의 왕국을 주제로 한 만큼, 무대에서도 이 콘셉트를 살렸다. 단은 "멤버들이 위에 올라가 있을 때도 옥황상제가 내려오는 장면을 오마주해서 디테일을 잡았다. '구름을 표현한 무대'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전작에 비해서 좀 더 서정적이고 민속악기가 추가됐고, 선 위주의 부드러운 안무를 넣었다. 좀 더 서정적이고 섬세한 섹시함을 강조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히스토리 오브 킹덤 : 파트 2. 치우'에는 타이틀곡의 세계관을 시네마틱 사운드로 표현한 '인트로 : 에코스 오브 너바나'(Intro : Echoes of Nirvana), 진심 어린 사랑은 우리의 시간을 영원하게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터니티'(Eternity), 잃어버린 빛을 찾아 끝없이 달려 나가는 정열을 담은 퓨처베이스 장르의 '매지컬'(Magical), 자신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을 담은 댄스곡 '워닝'(Warning), 팬덤 킹메이커를 향한 멤버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메이크 어스'(MAKE US)와 '카르마'의 인스트루멘털 버전까지 총 7곡이 실렸다.
단은 '워닝' 작사와 '메이크 어스' 작사·작곡에, 무진은 '워닝', '메이크 어스' 작사에 참여했다. 곡 작업 참여 배경을 묻자, 무진은 "작사, 작곡 욕심이 있었다. 마음속 한켠에 자리 잡고 있던 꿈이어서 1집 때부터 도전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는 단과 함께 데뷔 앨범 수록곡 '밤공기'(Night Air) 작사에도 참여한 바 있다.
단은 "원래 랩 메이킹에만 관심이 있었고 작곡에는 그렇게 큰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 작곡이 정말 간절해졌던 이유가 있다. 주변을 바라보니 힘드신 분이 많더라. 저도 음악으로 위로를 많이 받았다. 음악을 통해서 웃기도 울기도 하지 않나. 다른 인생을 살고 다른 아픔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는 서로의 슬픔에 공감하지 않나. 그런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작곡을 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다른 멤버들도 곡 작업 참여는 꾸준히 늘려갈 예정이다. 루이는 "치우도 랩 작사를 배우는 과정이다. 제가 볼 때는 저희 멤버들 거의 다 나중에 작사·작곡을 할 것 같다. 형들이 스타트를 잘 끊어줘서 멤버들이 배우면 (형들만큼) 좋은 선생님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저랑 자한, 아서 형은 안무 제작을 했다. 팀 안에서 높은 퀄리티의 자체 제작을 하는 게 저희 목표"라고 부연했다. 이어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린 다음에 아마 앨범에도 참여하지 않을까. 지금은 퍼포먼스 만드는 분들의 것을 배워서 자리 잡아가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멤버의 이름을 건 앨범이 나오고, 타이틀곡 활동에서도 중심이 되는 구조가 부담되지는 않을까. 자신이 두 번째라는 걸 알았다는 치우는 "시작하기 전부터 제가 스타트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서 형이 너무 잘해놔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라며 "저희가 1집 때보다 많이 성장한 것 같아서 2집의 왕인 것에 대해 책임감이 생긴다"라고 밝혔다.
데뷔 앨범에서 활약한 아서는 "되게 많은 감정이 들었다. 부담되고 걱정도 많이 됐다. 제가 1집의 주인공인데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면서도, 킹덤의 첫 시작을 알리는 거니까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활동하면서도. 1~2주차 때는 부담감이 커서 매 무대 걱정이 많이 됐다면, 3~4주차 때는 끝나가는 게 너무 눈에 보이니까 아쉽고 또 내 차례는 언제 올까 싶어서 올 때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앨범을 아우르는 큰 세계관이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몰입도가 높은 팬들이 빠지기 적합하다는 점에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곡으로 주로 활동하는 것에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무진은 "당연히 있는 것 같다. 좋은 콘셉트를 가지고 가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지 않을까. 그래서 수록곡에도 힘을 싣는다. 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드리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루이는 "저도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갖고 있었는데, (지난 활동 때) 아리랑TV에서 수록곡 '밤공기'를 선보인 적이 있었다. 저희는 세계관으로 움직이는 팀이기 때문에 타이틀곡은 그렇게 하고, 수록곡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서 여러 가지 맛을 드리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몰입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갖춰,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단은 1집 때 작사에 참여한 '밤공기' 가사의 진짜 뜻이 무엇인지 맞히는 팬에게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한 것을 언급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팬들이) 상상력이 더 뛰어났다. 저보고 최고라고 하는데 저희 팬분들이 더 천재 같다"라고 말했다.
무진은 "'엑스칼리버' 뮤직비디오 쿠키 영상에 치우가 나오고 도장이 나온다. 그 도장은 진짜 알아볼 수 없게 (작은 크기로) '킹덤 치우'라고 나와 있는데, 팬분들이 그걸 맞혀서 '와!' 했다"라고 답했다. 루이는 "신화별로 디테일을 맞히신 분도 있고 (앨범 발매) 순서 예측이나 정리도 맞는 경우가 있었다. 다 맞히시니까 너무 신기했다"라고 거들었다. 단은 "이런 것들이 진짜 저희 강점이자 매력인 것 같다. 섬세하게 디테일을 많이 숨겨놨는데, 그걸 찾으면 찾을수록 재미있으니까"라고 전했다.
"'카르마' 때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보여드리려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되고, 킹메이커분들을 직접 만날 순 없지만 온라인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것으로도 뿌듯해요." (아서)
"2집에서는 저희가 1위 후보라도 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고요. 정말 한 번밖에 탈 수 없는 신인상이 가장 큰 목표고요. 해외 진출도, 빌보드 진입도 정말 (하고 싶은 건) 많겠지만 저희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신을) 낮출 수 있는, 무대 위에서 겸손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