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K9 시승은 지난 29일 진행됐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경기 포천까지 왕복하는 80km 구간이었다.
시승차는 두 가지 사양 중 3.3 터보 모델이었다. K9은 3.3 터보와 3.8 자연흡기 두 모델로 운영되고, 각 모델 별로 트림을 플래티넘과 마스터즈 등 2개로 단순화했다. 차량 가격은 3.3 마스터즈의 경우 7608만원에서 시작되고, 거의 모든 옵션을 적용한 베스트셀렉션2의 경우 8407만원(이상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적용)이다.
앞서 시승한 바 있는 3.8 자연흡기 모델의 경우 315마력의 출력으로 제로백(0~100km/h 가속시간)이 7초 정도였다면 3.3 터보 모델은 6초 안팎의 제로백이 기대된다. 비록 쇼퍼드리븐 차량(Chauffeur-driven vehicle‧운전기사를 따로 둔 주행방식)을 염두에 둔 차급이지만, 오너드리븐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 문법도 스포티함을 겨냥했다. 지난 모델이 중후함 쪽에 초점을 맞춰 다소 올드한 느낌을 줬다면 신형은 날렵한 프론트 램프와 가로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 등 최신 트렌드의 디자인 언어로 마무리됐다.
그러면서도 쇼퍼드리븐에 최적화한 드라이브모드를 신설했다. 커스텀 드라이브 모드에서 별도로 설정하는데, 가변식 댐퍼 시스템의 서스펜션은 안락하게 만들면서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은 무겁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아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은 총 6가지 주행상황을 시나리오로 놓고 각 상황에 맞는 자동 변속을 시행한다. 커브길과 내리막길 전방차량과의 근접, 과속 카메라 감지, 과속방지턱 예상 등의 감속이 필요한 상황에서 쉬프트 다운을 통해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반대로 고속도로 램프에서 진입하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꿔서 가속에 유리하게 해주는 등의 방식이다.
기아가 추구하는 자율 주행의 방향성이 승차감과 안전성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빠른 주행에 맞춰져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차량의 실내에선 14.5인치 초대형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이 새로워진 지점이다. 좌우 시트가 독립적으로 구성된 점, 터치스크린 기능이 적용된 뒷좌석 듀얼 모니터 등은 쇼퍼드리븐을 겨냥한 옵션이다.
시승한 3.3 터보 모델이 상위 트림으로서 쇼퍼드리븐과 오너드리븐 모두가 가능해 보였다면, 이른바 '사장님 차'로선 오히려 하위 트림인 3.8 자연흡기 모델이 더 자연스런 승차감 때문에 보다 적합할 것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