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정)진석, 우 (권)성동, 후 (박)성중.
기자회견을 마치고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나오는 윤 전 총장의 옆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찾아왔다는 해명이지만 전형적인 세 과시 장면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이벤트였다. 흑백으로 처리하면 익숙한 영화 포스터와 비슷해 보인다.
출마 선언 행사를 최소화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하더라도 유력한 야권 대권주자로서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갖는 무게감이 줄어들지는 않을 터. 하지만 그날 행사는 누가 보더라도 다분히 '나 이 정도 사람이야'라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와 함께 윤 전 총장은 유독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역설했는데, 냉전 시대가 한참 지난 마당에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시대 인식을 보여주었다.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화두로 삼으며 돌풍을 일으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이를 통해 보수 표심을 자극하는 '선동'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된 모습이었다.
윤 전 총장의 첫 공식 행보도 언론사 행사 참석이었고, 다음 행보는 국회 출입 기자단 인사였다. 이 역시 과거 정치인들이 하던 전형적인 눈도장 찍기로 비쳤다.
유력 대권 주자들의 경우 '일정'이 곧 '메시지'라는 점에서 옛 정치와 차별화되는 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회 소통관 방문 당시에도 예민한 사안에 대한 답변은 회피하는 전형적인 과거 정치인의 모습이 비쳤다.
이준석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이 호불호를 떠나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도 굳이 피하지 않고 답변을 하고, 여기서 대중들은 사이다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평이 많다. 반면에 윤 전 총장은 부인 김건희씨의 '쥴리 의혹 부인 인터뷰'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 이동훈 전 대변인 뇌물수수 의혹 등에 대한 답변을 대부분 피하면서 국회를 떠났다.
특히 2일 자신의 장모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후 보여준 행보는 더더욱 우려스럽다. 윤 전 총장은 언론 노출을 하지 않은 채 대변인실을 통해 "누누이 강조했듯이 법 적용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장모 구속과 관련해 지금 국민들이 윤 전 총장에게 묻고 싶은 것은 지난 검찰 수사에서 동업자 3명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왜 장모에게만 무혐의 처분을 내렸느냐는 점이다.
국민들이 윤석열 신드롬에 매료됐던 것은 여느 검찰 수장과 달리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책상을 내리치고 호통을 치는 등 시원시원한 태도에서 비롯됐던 것임을 벌써 잊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