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학교급식처럼…'조리병 없는' 병영식당도 생긴다

1970년 만들어진 군 단체 급식 시스템, 51년 만에 개선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 본떠 군 전용으로 변형
사·여단마다 영양사 생기고 농·축·수협 대신 다수 업체 경쟁입찰
전시 야전취사 필요 없는 교육훈련기관 등에선 민간 위탁급식 도입
학교 급식처럼 민간조리원만 있는 병영식당도
조리병 1천 명 정도 증원, 반가공 식재료와 오븐 등 보급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육군부사관학교에서 부사관후보생들이 식사를 배식받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51년 동안 그대로였던 군의 단체급식 시스템이 앞으로 학교급식과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 여러 업체가 경쟁하듯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조리병들이 심각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부 부대에선 민간에 급식 일체를 위탁하거나, 학교 급식처럼 민간조리원들만 조리하는 방식도 시범 도입된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일반 국민들로 구성된 8기 급식·피복 모니터링단이 전북 익산 육군부사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모니터링단에게 이같이 보고했다고 밝혔다.

◇사단마다 영양사 생기고, 학교급식처럼 업체 경쟁입찰

지금까지의 군 급식 시스템은 지역 농협, 축협, 수협 등과 수의계약을 맺고 어떤 식재료가 공급될지를 미리 정해놓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돼지나 소, 닭고기는 계획생산농가에 미리 예산이 지급돼 군납 될 가축을 미리 사육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장병들이 선호하는 메뉴에 많이 필요한 특정 부위를 원활하게 공급받기도 어려웠다.

군은 1970년 이래 이렇게 계속돼 왔던 방식을 식단을 먼저 편성하고, 이후 식재료를 경쟁조달하는 체제로 바꾸기 위해 현재 육군 군단급에 편성된 영양사를 사단급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2021년 후반에 영양사 47명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여단급에도 영양사를 둘 방침이다.

또 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협업해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군 전용으로 변형한 시스템을 도입한다. 가칭 장병급식 전자조달시스템(MaT)으로, 기존 군 정보체계와 연동해 식단을 편성하고 업체가 입찰에 참여, 계약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각 학교에는 모두 영양사가 있고, 그 영양사들이 매달 메뉴를 편성해 eaT를 통해 경쟁조달하는 방식"이라며 "군에서는 영양사가 많지 않아 3만 5천 명 군단급 규모에서 한 명의 영양사가 표준 메뉴를 작성하면 모두가 같은 식단을 먹게 되는 셈"이라고 차이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친환경 무상 학교급식을 먹던 세대가 군에 오다 보니 개인 선호나 취향이 반영되지 않는 메뉴가 장병들의 만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학교 급식을 롤모델로 삼아, 실제 관리관들이 식단을 편성하고 식재료를 조달하며 훨씬 많은 공급자(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쟁체계로 바꾸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은 경쟁입찰에 참여하려면 과거 실적과 역량, 자체 저장시설 여부 등 식자재 공급을 잘 할 수 있는 업체인지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군 역시 이같은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올 하반기에 육군 2개 부대, 해공군 각각 1개 부대까지 모두 4개 부대에서 시범 운영될 계획이다.

◇교육훈련기관과 비행단엔 민간 위탁급식, 민간조리원'만' 있는 병영식당도 생겨

지난달 3일 육군 9보병사단의 한 부대 병영식당에서 조리병들이 참외를 다듬고 있다. 국방부 제공

격무가 심해 기피 보직으로 꼽히는 조리병들의 노고를 줄이기 위한 정책들도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먼저 민간 기업이 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직접 급식을 제공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인원이 많으면서도 전시에는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에 위탁하기 좋은 대규모 교육훈련기관을 대상으로다.

육군훈련소, 해·공군·해병대 교육훈련단 등 교육훈련기관은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급식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그 많은 인원은 교육이 끝나면 부대를 떠나며, 전시에는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야전취사 등이 필요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논산 육군훈련소 1개 연대 등 10개 부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할 예정이다"며 "이외에도 한 기지에 모든 인원(2~3천 명 정도)이 주둔하며 식수인원이 많은 공군 비행단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성과를 보고 교육훈련기관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병영식당에서 조리병을 아예 두지 않고 급양관리관과 민간조리원들만이 조리를 하는 방식도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대상은 세종시에 있는 32보병사단의 1개 대대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래에는 학교 급식처럼 민간조리원들이 모든 조리를 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특히 육군과 해병대는 해군과 공군에 비해 조리병이 매우 부족하다는 문제가 지적돼 1천 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불요불급한 행정지원인력을 적극적으로 감축해 조리병을 증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군이 운영하는 2800여 개 병영식당에서 일하는 인원 가운데 조리병의 비율은 75%로 높다"며 "이 가운데 70%는 조리 경험이 아예 없으며 격무에 시달리고 부상도 많이 입어, 다들 기피하는 보직"이라고 설명했다.

식재료도 조리병들이 일일이 손질해야 하고, 주말에도 식사는 해야 하니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한다. 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급식에서처럼 다듬을 필요 없이 조리만 할 수 있게 반가공한 식재료를 더 공급할 계획이다. 조리에 유용한 채소 절단기와 오븐도 지급하기로 했다.

주말과 휴일에는 장병들이 좋아하는 찌개, 즉석밥, 반찬 등의 간편식도 나온다. 가볍게 먹는 경우가 많은 아침식사는 '간편 뷔페형 조식'을 제공하는 방안을 시범부대를 선정해 운영한다.

국방부는 이미 실시하고 있는 배달음식, 브런치 등 급식혁신사업과 이같은 계획을 병행하면 매달 24회(하루 3끼*일주일에 2일*한 달에 4주)인 주말 조리 부담이 약 1/3가량 줄어들겠다고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1970년 이후 51년 만에 획기적으로 급식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으로, 당장 내일 효과가 바로 나오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시범운영을 통해 장단점을 잘 분석, 오류를 최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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