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확산세는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새로운 거리두기를 적용할 경우, 대규모 확산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인구밀집 수도권·미접종 젊은층' 파고든 코로나19
수도권 확진자는 지난 22일 0시 기준 233명에 불과했는데, 지난 23일부터는 갑자기 400명대로 급등했다. 반대로 비수도권 확진자는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수도권 확진자가 437명→366명→446명→631명→607명 등 증가세를 보이는 사이 비수도권에서는 133명→106명→114명→128명→105명 등 정체 양상을 보였다. 수도권에서만 유행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은 과거부터 누적된 확진자가 많고, 인구 밀도도 높기 때문에 언제든 재확산이 일어날 위험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아직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젊은층을 파고 들었다.
특히, 사회 활동이 왕성한 이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여름휴가철 더 많은 이동과 접촉을 통해 추가적인 확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인도에서 유래된 델타 변이가 수도권에서도 확인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델타 변이는 전파력이 기존 변이보다도 강하기 때문에 아직 면역이 없는 젊은층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수도권 확산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 보는 이유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1일 "접종을 받지 않았지만 사회활동이 활발한 20~30대에서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되기도 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게 되면 사람 간에 접촉이 많아지고, 음주 등 다양한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노출을 통해서 폭발적으로 유행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새 거리두기 일주일 유예…"개편하고 3단계로 방역 강화해야"
문제는 방역조치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돼 왔지만, 일일 확진자가 300명 밑으로 내려간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젊은층 중심의 유행에 델타형 변이라는 변수로 확진자가 증가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방역 완화를 전제로 정부가 준비해 온 거리두기 개편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수도권에만 기존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하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전문가들은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위해 다음주 개편은 실시하는 것이 맞지만, 수도권의 상황을 고려해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 등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순천향대 김탁 감염내과 교수는 "만약 일주일 뒤에도 거리두기 개편을 추가로 유예하게 된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차이 때문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유행은 한 번 확산되면 쉽게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거리두기는 개편하되, 다음주 확진자 추이가 3단계 수준에 들어섰다면 지체없이 단계를 올려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에서 3단계가 적용되면, 현재처럼 4인까지만 사적 모임이 가능하고, 식당·카페 등은 오후 10시까지만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또 다음주까지 확진자 추이가 정체 양상을 보이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방역 대책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림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2~3주는 지나야 유행이든 안정이든 전반적인 상황을 알 수 있는데, 일주일 유예기간 동안 확진자가 별로 늘지 않을 경우, 섣불리 방역을 완화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이라며 "현재는 방역을 강화하는 측면의 대책이 전혀 없는데, 일반인에 대한 예방접종이 끝날 때까지 방역 상황을 관리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