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조국' 실세로 불리던 이광철 퇴진에 靑 민정라인 '휘청'

정권 초창기 멤버로 민정수석실 상징이었던 이 비서관, 檢 기소 직후 사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주도한 정황이 발목 잡아
민정수석실 산하 비서관 절반이 공석, 업무 공백 우려도

1일 사의 표명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정권 초창기 멤버로 민정수석실의 업무를 주도해 왔던 이 비서관이 불명예 퇴진하게 되면서 청와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추후 재판을 통해 그의 직권남용 혐의가 처벌로 이어진다면 정권의 도덕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대표 친조국 인사이자 민정수석실 지킴이, 檢 기소되자 곧바로 사의 표명


이 비서관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것은 그가 검찰에 기소된 직후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 "대단히 송구하다. 사정업무를 수행하는 비서관으로서 직무 공정성에 대한 우려 및 국정운영의 부담을 깊이 숙고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살펴보고,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내부 상의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비서관의 사의는 곧 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의 초창기 멤버로 민정수석실에서만 줄곧 일하며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해 민정수석이 세 번 바뀔 때도 이 수석은 행정관에서 비서관으로 승진하며 자리를 지켰다. 신현수 전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 과정에서의 법무부와의 갈등으로 사의를 표명했을 때 이 비서관이 수석을 뛰어넘는 실세로 지목되면서 '왕비서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친조국' 인사로 검찰 개혁을 주도해 왔다. 이 비서관은 지난해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조 전 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滅門之禍)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각종 의혹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던 그가 청와대를 떠나기로 한 것은 추후 재판에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정권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위법 사실 드러날 경우 정권 도덕성 치명타, 민정수석실 업무 공백 우려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22일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차규근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게 연락을 취해 출국금지 과정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일찌감치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 방침을 세웠지만, 대검찰청에서 한 달 넘도록 결정을 보류하다 수사팀 마지막 근무날에 극적으로 승인이 이뤄졌다. 대검이 결국 이 비서관이 기소를 승인했다는 것은 위법 행위가 어느 정도 규명됐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비서관은 사의를 표하면서도 "이번 기소는 법률적 판단이든, 상식적 판단에서든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고 반발해 치열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 비서관이 최종적으로 법의 심판을 받는다면, 청와대의 불법 개입이 사실로 판명 나는 것이어서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비서관의 사의 표명에 따라 민정수석실의 업무 공백 사태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사실상 경질된 데 이어 이 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되면 민정수석실 총 4명의 비서관 중 절반이 공석이 된다.

최근 각종 인사 검증 실패로 민정수석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던 상황에서 심각한 업무 공백이 우려된다. 청와대가 서둘러 후속 비서관 임명에 나서고, 민정수석실 업무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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