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방역당국은 지난달 27일 현행 거리두기 5단계(1→1.5→2→2.5→3단계)를 4단계로 간소화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거리두기 최고단계(3단계)의 하루 전국 확진자 기준이 800명인 반면, 신규 개편안의 4단계는 2천명으로 2배를 훌쩍 넘는 등 '자율적 방역'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다소 완화했다. 수도권에서 시행 예정이었던 2단계는 식당·카페 등이 자정까지 손님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집합금지됐던 홀덤펍 등 유흥시설들도 영업을 본격 재개할 예정이었다.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지역의 개편안 적용방침을 고수한 방역당국은 같은 날 오후 4시 반경 이를 1주일 유예해달라는 수도권 지자체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경기·인천에서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반년 간 지속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가 1주일 더 이어진다. 식당·카페 등의 밤 10시 이후 운영제한 및 유흥시설 영업금지 조치도 유지된다.
업주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며 실망한 반면 일각에선 '다행'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매출 숨통' 기대했다 뒤통수…"너무 속상" "언제까지 기다리나"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치킨·보쌈 전문점을 운영 중인 정모(50)씨는 전날 낮 매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영업 가능시간이) 밤 12시까지 연장되면 매출은 큰 도움이 될 거라 예상하고 있다. 임대료 같은 경우도 한 4~5개월이 밀려있는 상태라 (거리두기) 개편안에 기대감이 솔직히 많다"며 "(영업 상) 1~2시간 차이가 매출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상황은 급반전됐다. 현행 거리두기 1주 연장 발표 이후 재방문한 가게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씨의 목소리는 풀이 죽었고, 종업원들 역시 '우리 같은 사람은 다 죽으라는 거냐'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새 거리두기 안 시행을 불과 7시간 가량 남겨놓고 방침을 번복한 정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씨는 "정부 입장도 물론 이해는 하지만 지금 갑자기 연장이 되면 혼란만 부르지 않나"며 "(저 같은) 소상공인 경우는 잔뜩 기대만 하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어쩔 수 없지만 서운하다. 정확한 매뉴얼도 만들고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제 주변에는 1명도 없다 보니 (확진)인원이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일주일 뒤 개편안이 적용된다 해도 6인 정도의 모임 허용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마포구 신촌에서 곱창 장사를 하는 이민우(59)씨는 "(사적 모임이) 6인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가게가 호전될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보다는 8~10인 정도 단체손님이 와야 (매출에) 도움이 된다"며 "지금은 가끔 가다 단체예약이 와도 '방역수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며 거절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개월 간 영업을 아예 접어야 했던 유흥시설은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착한홀덤펍점주연합회 소속 서모씨는 "개인적으로는 지금 풀어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 (상황이) 다 풀릴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데 그럼 올해 말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홀덤펍은 마스크를 벗고 웃으며 얘기하는 식당보다 오히려 훨씬 더 방역을 철저히 하는데 '마녀사냥'을 당했단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점이나 병원, 기관·단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데 (정부가) 카페나 음식점은 영업을 하지 말라고는 안 한다. (비수도권) 지역은 규제가 먼저 풀리고 서울만 묶여있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답해했다.
코로나19대응 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 김종민 대변인은 "영업제한이 풀리는 것보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변이바이러스가 확대되는 게 제일 걱정"이라며 "새로운 거리두기가 2단계여야 (규제가) 풀리는 건데, 다시 3~4단계로 올라갈 때에 대한 방역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개편안을) 협상할 때 '영업시간 제한' 방식의 규제는 하지 말자는 일관된 목소리도 내왔다"며 "처음에는 개편안에 (그런 요구가) 반영됐는데 (바뀐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시민들 "아직은 풀 타이밍 아냐" "확실히 잡고 풀 때 풀자"
시민들은 대체로 이번 조치가 확진세를 잡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모임과 교제가 더 활발한 젊은층도 최근 번져가는 유행에 경각심을 나타냈다.
대학생 이모(20)씨는 "(사람들과) 술 먹을 걸 생각하면 (개편안 시행을)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계속 확진자가 늘어나니 걱정이 많이 된다"며 "5인 모임을 금지한 지 오래되지 않았나. 그게 습관이 되다 보니 딱히 6인 모임을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생 김동현(24)씨도 "사실 6인 모임과 영업제한이 풀린다 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갑자기 속보가 떠 좀 많이 아쉽기는 하다. 미리 말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면서도 "코로나 종식이 가까워져 (완화를) 선언했다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구나 싶다"고 혀를 내둘렀다.
완화 '이후'의 여파를 더 염려하기도 했다. 취업준비생 김완수(26)씨는 "7월이 본격 휴가철이다 보니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갈 것 같다. 한 번 더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을까"라며 "아직은 (거리두기 완화) 타이밍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고등학생 김정안(16)양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현재 거리두기가 연장돼야 한다 생각하고 그래야 이 사태가 안정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코로나 때문에 학교생활에서 금지된 것도 상당히 많아서 차라리 (규제가 확실히) 완화돼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일단 유예된 기간 확진 추이를 지켜본 뒤 현행 거리두기 추가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8일부터 개편안이 곧바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 "정부는 수도권 지자체들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해 1주간의 유예기간을 가져가는 데 동의한다"며 "수도권 지자체들과 함께 수도권에서의 코로나19 유행을 안정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후 1주간의 유행상황을 보며 결정이 필요하다. (개편안 적용시점의) 변동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