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씨는 30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이재정·이규민 의원실과 한베평화재단이 공동주최한 간담회에 화상전화 형식으로 나와 "특별법이 속히 만들어져서 피해 사실만이라도 제대로 조사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제가 겪은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3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련 기사 : 움푹 팬 눈에서 눈물 뚝뚝…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그 이후)
앞서 탄씨가 사는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마을에서는 지난 1968년 1월 12일(양력) 주민 7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주월 미군사령부와 베트남 당국 등은 이날 마을을 지났던 한국 해병대 청룡부대가 학살을 자행한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당시 8세였던 탄씨 역시 친구 5명과 마당에서 놀다 총성을 듣고 작은 동굴에 숨었지만 곧바로 발각돼 총상을 입었다. 그 뒤 창자를 부여잡고 도망쳐 미군에 구조된 뒤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간담회에서 탄씨는 "학살로 인해 가족을 잃고 오랜 시간 혼자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며 "저는 그 학살의 악몽에서 단 한번도 헤어나온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러나 한국 정부는 저희 마을을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고 우리가 겪은 고통을 철저히 외면했다. 제가 한국 정부에 베트남인 피해자 103명의 청원서를 제출했을 때도 이런 태도가 나올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며 울먹거렸다.
그는 다만 "한국 국회에서 민간인 피해 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웠다"며 "진실이 밝혀져야만 이런 사건이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재정 의원은 "역사적으로 우리가 겪었던 고통은 자신 있게 얘기하면서 또 다른 가해로 피해를 양산했던 부분은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다"며 "지금의 대한민국 위상에 비춰보면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베트남 학살 마을 현장을 방문한 적 있다는 이규민 의원은 "아프고 창피한 역사에서 참담함을 느끼지만 그냥 덮고 갈 문제가 아니다"라며 "법이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