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째 주부로 산 엄마가 30개 앱테크(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재테크) 목록이 적힌 노트를 자신 있게 내밀었다. 한 달에 수십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유튜버들이 추천한 앱이었다.
휴대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니 누구나 관심을 보일 만하다. 하지만 용량이 작아 모든 앱을 깔 수도 없는 현실. 그녀의 희망을 내가 대신 실현해보기로 했다.
모든 앱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면 회원가입과 개인정보 노출이 필수라는 점이었다. 이들에게 가입자 정보는 곧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출석 체크 1원, 설문조사 300원…. 고작 몇 원을 위해 개인정보를 내줬다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잠시. 조금씩 쌓여가는 돈을 보자 곧 짭잘한 수입을 마주할 거란 기대감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후 잠시 쉬는 시간이라도 생기면 곧장 적립 가능한 캐시들을 찾아 나섰다.
'소비자 조사, 소요시간 16~18분, 적립금 1400~1600원'. 가격 높은 설문조사 알림이 울리면 마치 경매에 붙여진 듯 여지없이 핸드폰을 들었다. 선착순 마감으로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어느새 생활은 앱테크에 맞춰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문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초 간단 미션! 건당 적립 5원".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목적으로 사진 속 주어진 물체가 정확히 찾아졌는지 검사하는 미션이었다. '2천개만 하면 만원이잖아. 소비자를 너무 쉽게 보네' 노력만 하면 금방 돈이 불어날 것 같은 매력적인 문구에 망설임 없이 시작 버튼을 눌렀다.
설상가상으로 어지러워지면서 메스꺼움마저 올라왔다. '잠깐만, 내가 상상했던 모습은 이게 아닌데…' 과도한 열정에 취해 공짜 돈은 없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사흘이 지난 뒤 진행된 첫 정산. 현금화 할 수 있는 돈은 2368원이 전부였다. 앱에서 요구하는 정보는 전부 제공했지만 돌아온 결과물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시급도 안 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며칠 동안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얻은 것은 충혈된 눈, 거북목 뿐이었다.
앱테크는 눈속임의 연속이었다. 어떤 앱의 경우 8분마다 1캐시를 지급했다. 시간에 따라 적립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1캐시의 실질적 가치는 약 0.22원에 불과했다. 1시간에 벌 수 있는 돈은 약 1.5원인 것이다. 앱을 출시한 기업가도 이 앱을 사용할까 의문이 들었다.
제휴 맺은 유튜버를 구독하거나 SNS를 팔로우 한 뒤 적립요청을 하면 1~20원을 지급해주는 미션도 주요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취소시 적립금 회수 및 광고 재참여 불가"라는 문구에 발목이 잡혔다. 지속적으로 원하지 않는 상대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그들의 알람까지 받아야 하는 것이 15원의 대가인 것이다.
돈을 퍼주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전략에는 광고성 문구도 한몫했다. 한 설문조사 앱에서는 "조사 완료 시 1천원 지급, 조건에 따라 참여자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해놓은 후 대상이 아닌 경우 50원을 지급했다.
불편한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그래봤자 짜다"며 "심지어 몇 보 걸으면 그만큼 클릭을 해야 적립이 되는데 클릭 버튼 위에 계속 광고가 뜨게 만들어서 피하려고 해도 누르다 보면 계속 광고 사이트로 넘어간다"고 토로했다.
이 친구는 "그래도 전에는 빠르고 쉽게 누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광고 창 크기도 두 배로 커져 더 어려워졌다"며 앱의 꼼수도 갈수록 진화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 달에는 아무 공지없이 1년 째 쌓아 놓은 코인이 날아가버리는 경험도 했다고.
다른 친구 양모(23)씨의 입장도 비슷했다. 그는 "돈과 건강을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앱테크를 시작했는데 별로 돈이 모이는 것 같진 않다"며 "돈을 준다고 해놓고선 예전에는 100보만 걸으면 1원을 주더니 어느새 300보였다가 이제는 500보를 걸어야 1원을 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돈이 적립되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금방 소멸되서 실상 쓸 수가 없다"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부수입이 가능한 앱테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핸드폰을 거치하면 자동으로 걸음 수를 채워주는 만보기 기계마저 등장했다. 하루 100원을 얻기 위해 구매하는 이 기계의 가격은 배송비 포함 약 9000원대.
부수입을 얻고자 기세 좋게 시작한 앱테크의 현실은 거북목과 충혈된 눈, 그리고 허탈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