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선택한 단어에 비해 구성된 내용들은 구체적이지 않고 여전히 모호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국민께 드리는 글'로 이름 붙은 이 날 윤 전 총장의 연설은, 지속적으로 '국민'을 호출함으로써 자신의 대선 도전이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에 응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국민의 요구는 곧 정권교체이고, 정권교체의 이유는 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 때문이라는 게 연설문의 골격이다.
현 정부가 '무도한 행태'를 보이고 국민을 '약탈'한다고 표현하는가 하면, '독재'와 '전제'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반적인 정치인 화법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무리 야당의원이어도 약탈, 이런 단어는 쓰기 어렵다. 비정치인이기에 이런 화법을 구사한다는 면에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다소 추상적인 내용도 직설 화법처럼 보이는 이유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 때문인 것 같다(국민의힘 의원)"고 말했다.
연설의 중반 이후 자신이 만들겠다는 나라에 대한 설명에서도,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비난이 동원됐다.
예를 들어 "과학 기술과 경제 사회 제도의 혁신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공정과 상식, 법치의 자양분을 먹고 창의와 혁신"을 자라게 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이 정권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전체 연설이 절반 수준이다 보니, "반사체에서 발광체로 도약할 시점인데, 여전히 반사체에 머물고 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같은 시도를 통해 정권교체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확실하게 전달됐다는 평가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석열 전 총장 자신은 '야권 지지층을 기반으로 정권교체를 할 사람'이라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주고, 그런 면에서 안정감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에 "현안들을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문제에 접근하고, 국방과 외무 이런 식으로 2+2(회담)의 정부 당국자 간 소통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식이다. 이미 외교 영역에서는 기본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들이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관련해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검찰총장의 대선 직행이 정치적 중립 원칙을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국가 기관에서 고발한 사건들을 절차와 원칙에 따라 수사한 것 이외에는 없다"며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첫 시작인데 능수능란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낫다(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거나 "사실상 답을 안 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볼만한 내용이 많다. 준비가 상당히 부족한 느낌이 든다(국민의힘 당직자)"고 보는 등 효과 면에서는 분석이 엇갈렸다. 장단이 다 있다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선언과 애매모호한 답변은 그의 한계라기보다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캠프 사정 등을 보면 지금 시점에서 어차피 명확하게 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정책이나 구상에 대한 얘기는 내가 참모라도 그런 식으로 정리하자고 제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자신도 "개별 정책에 대해선 앞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