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공식적으로 대선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원장직 중도 사퇴가 곧 대선출마 의지로 읽힌다.
두 사람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앞으로 정치적으로 다른 성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모두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나 사법고시를 통해 입신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검사로서 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까지 갔고 최재형 전 원장도 판사로서 대법원장 못지않은 최고의 직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29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검찰조직과 전국 2300여 명의 검사들을 자신의 선거조직과 운동원으로 삼은 결과가 됐다. 최 전 원장은 독립기관인 감사원장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명예스럽지 않은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28일과 29일 자로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정치인이 됐다. 보수층과 국민의 힘은 두 사람에게 정권교체의 구세주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30년 가까운 검사 생활 동안 피의자들을 상대해왔다. 윤 전 총장이 29일 출마 회견에서 밝힌 대로 '권력 사유화와 국민약탈'을 일삼은 세력이 계속적으로 그의 피의자가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 윤석열 전 총장은 부친의 고향을 들어 충청 출신이라고 하지만 서울 토박이로 봐야 한다.
정치적으로도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포함하는 빅텐트를 주장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이 사퇴의 변을 밝힌 28일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가 그의 정치적 지향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최 전 원장은 정통 보수에 호소하는 정치적 경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은 이처럼 지지기반이 묘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대선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적자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정치인으로서 결정적 차이점은 이미 일정한 지지세를 확보한 윤 전 총장과 달리 최 전 원장은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현재 지지율이 최고치를 찍고 있지만, 최재형 전 원장은 이제 대선주자로서 의미 있는 숫자인 3%를 막 넘어섰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정적인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정치 경험 없이 대선출마에 직행하는 첫 사례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탱크를 앞세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대권 도전에 성공한 인물은 모두 직업 정치인 출신들이었다.
두 사람은 탱크 대신 현재권력에 대한 저항을 무기로 들고나왔지만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