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패·무능 세력이 국민 약탈"…예상 뛰어넘은 발언수위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며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의 발언 수위는 예상 밖으로 셌다. 그는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며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의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소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 의식과 윤리 의식이 마비된 먹이사슬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런 부패 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 교체를 전면에 앞세운 발언에 국민의힘 안팎에서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대보다 훨씬 명쾌했고,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정치인 출마 선언에 비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도 "아무리 야당 의원이라도 '약탈'이란 표현을 잘 안 쓴다. 일반 정치인은 그렇게 못하는데 정치인 화법을 안 쓰면서 비(非)정치인이 나선다는 신선함을 줄 수 있다"며 "또 본인이 야권 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도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질문에 두루뭉술 답변…"콘텐츠 없다"는 비판도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통해 정권교체와 반문(反文) 빅텐트를 강조한 윤 전 총장은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두루뭉술한 답변을 이어갔다.
'왜 윤석열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윤 전 총장은 계속해 공정과 원칙, 상식, 법치 등을 거론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 기대는 '당신이 오랜 세월 법과 원칙, 상식, 공정을 구현하기 위해 몸으로 싸웠으니 정권교체에 나서서 무너진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워라'라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질문에도 윤 전 총장은 "정치 참여에 대한 얘기는 답변을 드린 것 같다"며 "명확하지 않더라도 양해 부탁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독한 단어를 쓴 것을 보면 의지는 강해 보이지만 그것을 받쳐줄 컨텐츠는 부족한 것 같다"며 "반사체로서의 정체성만 강화된 듯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야권 후보 중 최고 지지율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이처럼 좋은 찬스를 왜 이렇게 기획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정책, 외교 분야 등 다른 질문에 대해선 답변이 구체적이지 못했다"며 "준비가 상당히 부족한 느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