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검찰총장 직 사퇴 이후 잠행을 이어오며 전언 정치에 의존했던 윤 전 총장이 드디어 직접 링에 오른다. 윤 전 총장은 오는 29일 서울 서초구 소재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지난달 말 국민의힘 소속 일부 현역 의원들과 회동을 공개하거나 지난 9일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처가 의혹 등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선 약 40분 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윤 전 총장은 자신을 둘러싼 X파일 의혹 등에 대해 직접 반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출마의 배경과 관련해선 '헌법 정신' 수호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재임 당시 청와대‧여당 인사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줄곧 '헌법 정신'을 강조했었다. 이번 기자회견 장소를 매헌 기념관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건국의 토대인 헌법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윤 전 총장 측은 설명한 바 있다.
국민의힘 소속 재선의원은 28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입장에선 더 이상 시간을 끌기보다는 움직여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그동안 얘기했던 '공정' 가치 등 이런 것보다 대선 출마의 배경으로 헌법정신을 강조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유력 대선주자인 최 전 원장은 이날 감사원장 직에서 물러나며 사실상 정치 참여를 시사했다. 최근 윤 전 총장 관련 X파일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의 대체재(代替財)로 급부상했다.
공교롭게도 윤 전 총장의 대권 도전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최 전 원장이 사퇴하며 여론의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장 직을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 역시 공식 대권도전 선언 후 국민의힘 입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다만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출마 선언에서 어떤 화두(話頭)를 제시할 것인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내각제 개헌' 카드도 거론되지만 최 전 원장 측은 이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상태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들이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가세하면서 '8월 경선 시간표'도 도마에 올랐다. 이준석 대표는 이른바 '버스 정시 출발론'을 강조하며 늦어도 8월 말 대선후보 당내 경선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선 흥행을 위해 시작 시간을 뒤로 미루는 안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 모두 장외에 있을 땐 당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호의적으로 대하는 측면이 있지만 입당 후엔 공격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며 "장외주자들도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밖에 있을 때 최소한의 당내 세력을 구축하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