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훈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이제 정들었던 검찰을 떠나 새로운 길을 갈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나 차장검사는 지난 2월 소폭으로 이뤄진 중간 간부급 인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사태 때 사의를 표한 김욱준 전 차장검사의 후임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부임 약 4개월 만에 수원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항고사건 처리와 항소심 공소유지 등을 담당하는 고검 검사는 지검 차장·부장검사나 지청장 자리와 비교해 직접수사 비중이 작아 일반적으로 한직으로 여겨진다.
나 차장검사는 중앙지검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 수사의 지휘 라인에 있었다. 앞서 나 차장검사는 채널A 사건과 관련 한동훈 검사장에게 무혐의 처분 의견을 내린 변 부장검사의 결정을 지지하며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장인 변 부장검사는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다.
고검 검사로 발령난 다른 검찰 중간 간부들도 잇따라 검사직을 내려놓았다.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 난 이준식 부천지청장(28기)도 내부망에 사의를 표했다. 이 지청장은 글에서 "어려운 시기에 먼저 떠나게 돼 죄송스럽지만, 우리 조직은 늘 그래왔듯이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것으로 믿는다"라고 썼다.
양인철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29기)도 이날 검찰에 명예퇴직원을 제출했다. 양 인권감독관은 지난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 중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연장에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맡아 수사하던 도중 서울북부지검으로 전보됐고, 이번 인사에서는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