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윤석열 특수부' 떴다…文정부 인사 '자화상'

文정부 첫 인사 땐 특수통 전면 배치…이번에는 고검에 몰아넣기
'비수사' 고검에 특수통 북적…'서울고검 윤석열 특수부' 말 나올 정도
4년 전에는 특수통 전성시대, 1년 전부터 특수통 도려내기 수술 돌입
승진 기준 '충성심' 아니냐는 의문 걷어내기 힘들어 '논란' 지속

황진환 기자
이번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은 상당수가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고등검찰청으로 이동했다. '서울고검 윤석열 특수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년 전부터 시작된 '특수통 도려내기'의 현재진행형이다.

4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원이 특수통으로 배치된 것과 대조된다. 이를 두고 검찰의 인사 기준이 수사 능력이 아니라 충성심이 아니냐는 의문이 잇따른다. 이에 따른 공정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서울고검 윤석열 특수부? '비수사' 고검에 특수통 북적

박범계 법무부 장관. 황진환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취임 후 단행된 첫 검찰 인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마찬가지로 '특수통 검사들 도려내기'를 지속했다. 윤석열 전 총장 체제에서 요직을 맡았거나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여권을 향한 수사에 관여한 검사들을 한직으로 분류되는 고검으로 인사를 냈다.


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수원 고검으로, 박영수 특검 당시 블랙리스트 수사를 이끌었던 양석조(29기) 대전 고검 검사는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임명됐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윤 전 총장을 보좌했던 김유철(29기) 원주지청장은 부산고검으로, 윤 전 총장 복심으로 알려지며 유일하게 대검에 남아있었던 손준성(29기) 대검 수사정보담당관도 대구고검으로 이동한다.

특히 이성윤 고검장이 이끄는 서울 고검에는 윤 전 총장 지휘로 주요 수사를 이끌었던 특수통들이 대거 몰리게 됐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지휘 라인에 있었던 임현(28기)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신응석(28기) 대구 고검 검사와 신자용(28기) 부산지검 부산동부지청장, 이진동(28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도 서울 고검으로 향하게 됐다.

◇4년 전에는 특수통 전성시대, 1년 전부터 특수통 도려내기 시작

검찰 인사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3일 인사위가 열리는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도착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연복 변호사, 최현희 변호사, 원혜옥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17년 8월 인사에선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중앙지검 1·2·3차장 등 검찰 수사의 핵심 요직이 전원 특수수사통으로 채워지면서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은 전례 없는 '특수통 전성시대'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 정부가 출범하며 특수통 윤 전 총장이 떠올랐고, '윤석열 라인'도 함께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윤 전 총장이 조 전 장관 수사로 정부·여당과 관계가 악화되면서 특수통 검사들까지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추 전 장관은 이미 지난해 검찰 하반기 인사를 통해 '특수통 도려내기' 수술에 돌입한 바 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한두 건의 폼나는 특수사건으로 소수에게만 승진과 발탁의 기회와 영광이 집중돼 왔다면 이제는 법률가인 검사 모두가 고른 희망 속에 자긍심을 가지고 정의를 구하는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인사를 바꿔 나갈 것"이라며 특수통 검사들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 승진 기준 '충성심' 아니냐는 의문 걷어내기 힘들어…'논란' 지속

특수통 검사들이 반드시 요직에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수사 능력이 있는 검사들이 '라인 정치' 때문에 의도적으로 고검에 방치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인사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누구냐를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면서 "소위 정통 특수부라고 하면 윤석열 라인을 피할 수 없는데, 능력을 보는 대신 누구를 믿을 수 있느냐를 본 인사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24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박철우 대변인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 추진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을 보좌했던 법무부 간부들이 대부분 주요 보직에 전진 배치된 것과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가 승진한 점만 보더라도 '믿고 쓰는 내 사람'이 인사 기준이 됐다는 방증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에 임명된 정진우(29기) 의정부지검 차장검사를 제외하면 중앙지검 2차장은 박철우(30기) 법무부 대변인이, 3차장은 진재선(30기)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4차장은 김태훈(30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꿰찼다.

무엇보다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수사 능력보다는 정권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검사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는 목소리도 검찰 안팎에서 함께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인사는 메시지인데, 누구를 등용하고 좌천하는지를 수사하는 검사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시그널을 준 것 아니겠느냐"라면서 "겉으론 검찰 중립을 외치지만 결국은 인사권자에게 굴복하는 검찰 조직을 만든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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