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본인을 '현대차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직장인'이라고 소개하며 현대차그룹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에서만 급식을 제공받는 이유를 조사해 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현대차그룹의 주력 사업은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커 모든 사업장에 대규모 급식이 항상 따라다녀야 한다"며 "공정위의 삼성웰스토리만을 향한 고발은 타 그룹 임직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가려지는 처사가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사내급식 일감을 전부 몰아주는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했다며 과징금 2349억 원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005930]를 고발했다.
그러자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자사의 단체급식 부당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직접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서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27일 현재 해당 청원은 452명의 동의를 받았으며 현대차[005380] 사무·연구직 노조도 조합원들에게 청원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공정위와 삼성, LG, 현대중공업, 신세계[004170], CJ, LS[006260], 현대백화점[069960]과 함께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열고 비조리 간편식 부문에서부터 경쟁입찰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내식당 경쟁입찰 등 일감 개방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직원들이 이처럼 사내 급식 일감 몰아주기에 민감한 이유 중 하나는 식사의 '질'이다. 그간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현대그린푸드[005440]가 제공하는 사내급식의 질에 대해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 왔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 역시 "현대그린푸드의 단체급식은 도대체 그 식단가의 구성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부실하다"며 "육체노동이 무엇보다 필요한 산업군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식사인데, 유치원 부실 급식 사건들에 비할 정도로 퀄리티가 엉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매년 어떤 방식으로 직원 10만 명이 넘는 회사의 단체급식 공급사로 선정이 되는지, 그 단체급식을 먹어야 할 임직원의 선호도 조사는 왜 한 번도 이뤄지지 않는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는 이같은 불만을 고려해 노조와 식당운영 개선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식재료비를 평균 2720원에서 3500원으로 올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직원은 "직원들 대부분이 급식 질에 만족하지 못해 구내식당이 아닌 외부에서 식사하고 있다"며 "한 끼에 가격이 6천 원 정도인데 식사의 질은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해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개선되리라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