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좀 안되면 어때?" 정용화 이유있는 비상

KBS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서 영매 사기꾼 오인범 역
"장나라에게 곡 써주기로…'꼰대' 아닌 바른 선배의 표본"
"군대 후 첫 복귀작? 압박 벗어나 작은 행복에 집중"
"요즘 빠진 건 골프, 성격상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KBS2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에서 사기꾼 오인범 역을 연기한 배우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정하면서 젠틀한. 지금까지 배우 정용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다소 한정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KBS2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은 완벽한 전환점이 됐다. 정용화는 퇴마 사기를 치다 진짜 퇴마에 휘말리는 사기꾼 오인범 역을 맡아 종횡무진 극을 누볐다.

화려한 '말빨'은 물론이고, 장나라와 코믹한 '케미'까지 정용화는 드라마의 또 다른 주축이었다. 퇴마사 홍지아 역의 장나라가 마치 그림자처럼 미묘한 매력을 펼쳐냈다면 다른 쪽에서 정용화는 내면의 상처를 가진 채 밝게 빛났다. 서로 주고 받는 연기 밸런스가 좋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군대 전역 후 복귀작으로 '대박부동산'을 선택한 것 역시 큰 도전이었다. 베테랑 배우들도 늘상 어려워하는 희극 연기와 1인 다역을 중심 요소로 가져가야 했다. '한 번 손대면 끝까지 간다'는 그의 기질이 이번에도 발휘됐다. 정용화는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영매 설정을 소화해냈다. 온갖 귀신 캐릭터들의 사연이 그를 거쳐 생생하게 구체화됐다.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움직이던 시절도 있었다. 다행히 일을 쉬고 군대에 다녀 오면서 그런 생각은 많이 사라졌다. 정용화는 이제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건강한 가치관으로의 변화는 오히려 과거보다 정용화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CBS노컷뉴스가 정용화와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

KBS2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에서 사기꾼 오인범 역을 연기한 배우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본인에게는 정말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인범 캐릭터를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빙의가 되고 나면 원귀의 감정을 이해하고 연기 해야 되기 때문에 후유증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대본으로만 이해를 해야 했다. 그래서 원귀 캐릭터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참고하고, 따라하려고 했다. 제 대본뿐만 아니라 원귀 사연이 있는 대본을 열심히 읽으면서 공부했던 것 같다. 물론 오인범이 밝은 면도 있지만 그건 과거의 트라우마나 슬픔을 감추기 위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밝은 표현을 더 밝게 해야 반대로 슬픔이 더 뚜렷해진다고 생각해서 그걸 확실하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희극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대박부동산'을 통해 스스로 연기적으로 성장한 부분을 느꼈나

-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좀 더 캐릭터에 빠져 들었다. 대본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오인범 대사가 나오는 순간이 되게 많았다. 외우려고 한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외워져 있지, 싶었다. 그런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다. 정말 빙의가 됐나 싶을 정도였다. 제게 도전인 작품이었지만 확실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시청자들이 생각한 정용화의 매력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도록 잘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가 현장에서 눈치를 좀 많이 보기도 했고, (연기) 하고 나면 아쉬운 빈도가 높았는데 이번에는 아쉽지 않게 하자는 생각을 시작부터 많이 했다. 아쉽다 싶으면 한 번 더 해보고, 물어보고…. 달라진 마음가짐이 도움이 되더라.


▷ 장나라와도 '케미'가 좋았다. 러브라인은 없었지만 충분히 두터운 신뢰를 기반한 흥미로운 동업자이자 파트너였다. 상대가 경력 20년 차 선배인데 호흡은 어땠나

- (장나라) 누나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꼰대' 같은 스타일의 선배도 있는데 바른 선배의 표본이었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건 물론이고 보면서 많이 배웠다. 그만큼 제가 자극도 많이 받았다. 나중에 곡을 써드리겠다고 약속도 했다. (웃음)

KBS2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에서 사기꾼 오인범 역을 연기한 배우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전역 후 첫 복귀작이었다. 군대 생활을 하며 달라진 생각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까

- 예전에는 뭔가 강박도 많고 잘해야 된다는 압박이 굉장히 심했는데 이제는 일의 주어짐에 있어서 내가 정말 행복한 직업을 갖고 있다는 마음으로 많이 바뀌었다. 욕심을 부려봤자 주어지는 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하나 하나 작은 것들에 행복을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연기 감을 잃었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제약도 덜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멋있게 보이고 싶고,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아니다.

▷ 어쩌다가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됐는지 궁금하다

- 모든 사람들에게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었다. 노래도, 연기도 그랬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렸는데 안 좋은 생각이 시작되면 끝도 없이 이어지더라. 군대 가서 동생들이랑 이야기 하고, 고민도 들으면서 나도 그런 고민을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 친구들이 봤을 때는 내가 성공한 사람이었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좀 안되면 어때' 같은 마음가짐이 생겼다. 그러니까 마음 자체가 많이 편하고 좋아졌다.

▷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장이나 액션도 있어서 쉽지 않은 촬영이었을텐데 체력 관리는 어떤 식으로 했을까

- 꾸준히 운동을 했다. 그러다 촬영이 너무 바빠지면서 운동을 못하니까 체력이 너무 안 좋아지더라. 집에서 자전거 타기도 하고, 혼자 턱걸이도 하고, 운동을 했던 것 같다. 요즘은 골프 배우기에 빠졌다. 성격상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해서 제대로 파고 있다.

▷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배우나 가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 팔색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코믹도 되고 액션도 되는 그런 느낌? 어려서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이야기 듣기를 되게 좋아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 같다. 가수일 때는 노래 잘하고, 배우일 때는 연기 잘하고, 예능할 때는 또 예능대로 잘하고. 그렇게 되는 게 목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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