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원 극단적 선택에 최인혁 COO 사퇴…"도의적 책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타 법인 직책은 유지…경영진·조직 체계 등 연말까지 쇄신
네이버 노조 "경영진, 가해자 비호 정황 확인"…자체 조사 결과 28일 발표

네이버 최인혁(50) 최고운영책임자(COO). 연합뉴스
네이버 최인혁(50)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최근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네이버는 25일 자체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확인하고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이날 네이버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직원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이다. 지난달 25일 오후 1시쯤 성남시 분당구 인근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내용의 메모와 함께 한 네이버 개발자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최 COO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로,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는 삼성SDS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성숙 대표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꼽혔다.

직원 사망 사건을 조사한 네이버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날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대상자들에게는 확인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각각의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고 발표했다고 회사 측이 전했다.


최 COO는 조사 결과와는 별도로 COO와 등기이사, 광고 부문 사업부인 비즈 CIC(사내독립기업) 대표 등 네이버에서 맡은 모든 직책에서 사의를 표했고, 이사회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다른 법인의 직책은 그대로 유지한다.

다른 책임자에 대한 징계 수위도 공개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영 쇄신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최고경영자(CEO)·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최고재무책임자(CFO) 등으로 이뤄진 경영진 구성을 바꾸기로 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급성장의 결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속도가 지금의 CXO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마치기로 했다.

변대규 이사회 의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뤄지는 경영 체계의 변화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새로운 체계에서 네이버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단계의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숙 대표도 전 직원에 메일을 보내 구성원들에게 깊은 사과를 전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전체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면서 네이버가 생각하는 리더십과 건강한 문화는 어떤 것일지 등을 고민하고 세워나가는 노력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 대책도 본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네이버 노동조합은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오는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는 이날 "조사과정에서 2년 이상 과도하고 무리한 업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인을 포함한 수많은 조직원이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경영진과 인사시스템은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이를 묵인, 방조하는 것을 넘어 가해자를 비호해 온 정황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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