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 원장은 이르면 다음주 초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최 원장은 대선 출마 관련 질의에 "제 생각을 정리해서 조만간 (밝히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해당 답변 이후 그동안 정치권 소문만 무성했던 최 원장의 대권 도전은 기정 사실화됐다.
다만 최 원장은 사임 직후 즉각 정치적 행보를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사임 의사를 밝히기 전에 이번 주말엔 정치 참여에 부정적인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을 만나 설득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원장 직 사퇴 후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대선 출마 등 정치 참여 선언 시기를 검토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장 임기 만료일(2022년 1월)을 반년 앞두고 사퇴를 택하면서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관련된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 내에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사정기관인 감사원장 직 사퇴 후 정치권 직행 움직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감사원장 임기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와 대선 출마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에 머물며 중도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 원장은 윤 전 총장의 대체재(代替財)로 급부상했다. 아울러 판사 출신으로 감사원장 등을 거친 최 원장의 이력이 강성 보수층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나 보수정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이회창 전 후보의 이력과 흡사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대선까지 최 원장이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와 관련된 감사 결과를 두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반문(반문재인) 전선에 합류했단 점은 윤 전 총장과 공통점으로 꼽히지만, 공직 사퇴 명분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등 이른바 '추‧윤 사태' 끝에 불가피하게 검찰총장 직에서 물러났다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최 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냈었고, 이번에 사임할 경우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자진 사퇴 성격이 짙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로서 최 원장의 정치적 역량도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조국 사태 발생 이후 약 2년 간 청와대 및 여당의 협공에 맞서 버텨왔단 점에서 적어도 '맷집' 측면은 검증을 통과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에 반해 30년 가까이 관료로 지내온 최 원장이 여의도 정치판의 견제를 뚫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 원장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내 자신을 조력할 수 있는 세력 구축도 관건이다. 최 원장에 비해 다소 일찍 대선을 준비해온 윤 전 총장은 학연‧지연이 얽힌 의원들과 회동 등을 통해 그동안 세력을 규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과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최 원장이 '다크호스'로 대선판에 뛰어들더라도 원내 세력을 빠르게 구축하지 못할 경우, 당내 경선 통과조차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