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경제 사령탑이었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향한 여야 정치권의 구애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20일 무료급식 봉사 활동 공개 행보에 나선 자리에서 본인의 정치 성향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할 적절한 때는 아닌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고,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자신을 여권 인사로 분류한 발언에 대해서도 "글쎄, 그건 그분의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 전 부총리가 제3지대를 모색하거나 몸값을 최대한 높인 뒤 더 좋은 대우를 하는 당을 선택할 거라는 다소 상반된 예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정작 김 전 부총리와 함께 일했던 여권 인사들은 그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실제로 김 전 부총리는 민주당 대표들이나 지도부 의원들과 선거 국면 때마다 만남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만남들이 김 전 부총리의 입당이나 출마로 이어지진 않아서 의구심만 증폭됐습니다.
이해찬, 이낙연 전 대표가 김 전 부총리에 대해 받은 인상도 엇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고위 인사를 통해 이해찬 전 대표와 만났던 김 전 부총리.
그는 이 자리에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는데요. 다소 뜬금없는 그의 말에 이해찬 전 대표도 쿨하게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는 후문입니다.
내심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서 일종의 대우를 바랐던 걸까요?
그 뒤로 김 전 부총리는 한번 더 이해찬 전 대표와의 만남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진 않았고 그의 고향인 충청권 출마설도 결국 설(說)로 그쳤습니다.
김 전 부총리가 다시 회자된 건 정치권이 슬슬 4·7 재보궐선거 국면으로 접어들 무렵이었습니다.
박영선 전 장관의 거취를 두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때인 만큼 친분만을 쌓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낙연 전 대표와도 탐색전만 이어갔었나 봅니다.
김 전 부총리를 만나고 온 이낙연 전 대표는 측근인 의원들에게 "출마하겠다는 건지, 하지 않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저쪽(야당)은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다네요.
정치 9단인 당 대표들이 보기에도 알쏭달쏭한 김 전 부총리의 속마음.
이처럼 애매모호한 김 전 부총리의 행보에 민주당에서는 "총선에서든 재보궐선거에서든 다른 후보들도 있는데 드러내놓고 모셔오는 제스처를 취하긴 어렵다. 입당했으면 알음알음 푸시해줬을 텐데"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총재가 전권을 휘두르던 시대가 아니다"라며 이른바 '김동연식 간보기 정치'에 대해 좀더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있습니다.
서울시장 출마에 다소 뜨뜻미지근 했던 박 전 장관까지 직접 나서 김 전 부총리를 자신의 대타(?)로 민주당에 적극 어필하기도 했었죠.
김 전 부총리도 이에 화답하듯 재보궐 선거 당시 당 지도부에 속해있던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문재인 정부 사람"이라며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고 했다고 합니다.
김 전 부총리와 호흡을 맞추며 일했던 한 여권 인사도 김 전 부총리에 대해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경선까지 생각한 사람인데 무슨 야당에 가겠느냐"며 "정치 하고 싶은 생각은 분명한데 민주당에 세력이 없다. 의원 10명 정도만 김 전 부총리를 도우면 입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송영길 현 민주당 대표는 김 전 부총리에게 "가능하면 민주당 경선일정이 25일로 확정되면 경선에 참여해줬으면 하는 게 자신의 바람"이라고까지 말하며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선거 국면 때마다 좌고우면해 온 김 전 부총리. 밥 푸러 다니는 봉사활동을 이어갈까요, 아니면 이번엔 민주당 경선판에 뛰어들어 밥을 짓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