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의원총회 격론에도 경선 연기 여부에 대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으면서 내홍이 이어졌지만 자칫 후폭풍이 지속됐다간 본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치 않아 매듭이 지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대선 경선기획단이 당헌에 따라 대선 180일 전에 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골자로 작성한 기획안을 검토한다.
대선기획단이 제시한 안대로 경선 일정을 소화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그 안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이를 연기 등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도부 다수는 연기 없이 원칙에 따라 180일 전 선출로 경선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모든 주자들의 동의 없이는 변경이 어렵다"는 송영길 당대표를 비롯해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백혜련·이동학 최고위원은 현행대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8명 중 5명이 원안을 고수하는 셈이다.
때문에 지도부 일각에서는 기술적인 부분만 다루게 될 대선기획단의 기획안이 큰 무리 없이 채택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기획단의 기획안이라는 것은 각종 일정과 이벤트의 종류 등 실무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기 때문에 큰 하자가 없다면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미 일정 논의가 늦어져서 후보 선출일이 당초 계획인 9월 10일보다는 조금 연기될 수는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로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경선 일정 연기 찬성 측에서는 지난 의총을 통해 의원들의 분위기를 파악한 지도부가 무작정 현행 일정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당헌상으로 상당한 사유가 있을 시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대선 180일 전으로 정해놓은 부분과 같은 가치를 지니는 표현이라며 당내에 연기의 목소리가 이토록 높은데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견이 이렇게 첨예한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원안대로 가자는 것은 안 될 일"이라며 "지도부가 연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민주연구원장, 시·도당위원장, 광역 시·도지사, 당 상설위원장, 국회 상임위원장 등 당무위의 구성상 의총 때와 마찬가지로 경선 연기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는 분석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대권을 놓고 경쟁 중이 한 후보측 인사도 "결국 본선 경쟁력을 생각해야 한다"며 "지도부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이 사안을 논의한 추가 당무위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의 내부 잡음이 더 이상 흘러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최고위에서 결론이 내려지면 그 이후에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지도부가 의원들과 주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렴해야 한다"면서도 "지도부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당무위를 여는 등의 행위는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간의 선거에서 당무위가 지도부의 결정을 형식적으로 의결하는 역할만 해왔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일정을 2개월까지는 아니더라도 3~4주 정도 늦추는 절충안이 마련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송 대표 측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이 절충안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합의점이 도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논의가 늦은 만큼 실무 차원에서 1~2주 정도 일정이 밀릴 수는 있다"면서도 "추석 밥상에 민주당 후보의 이름을 올려야 하는 만큼 3주 이상 연기하자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 핵심관계자는 "절충안 또한 결국 원칙을 어기자는 말"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