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당나라 군대가 돼버린 군, 이게 다 원칙 없는 인사 탓이다

부실급식과 성범죄, 경계 허술 등 잇단 군기 사고
원칙도 기본도 없는 난맥상 인사가 결정적 이유
야전 능력보다 줄 서기와 인맥으로 승진
부하들 눈치 보는 워라밸 군대 지향도 문제
군 인사만큼은 코드인사에서 벗어나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상화 공군참모차장, 서욱 장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윤창원 기자
요금 한국에서 가장 논란이 큰 집단은 군대일 것이다.

부실 급식에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성범죄들. 계급 고하를 따지지 않는다. 거기에 가장 기본인 최전방 경계는 수수깡처럼 뚫리기 일쑤다.

요즘 대한민국 군대는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내부와 전투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계가 뚫릴 때마다 군 지휘관이 교체되니 군 장성 인사는 김정은이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요즘 우리 군은 당나라 군대다"는 예비역들의 한숨을 꼰대들의 한탄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대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예비역들의 눈으로 보면 그 이유가 한도 끝도 없을 터이다. 군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잘못된 군 인사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군대는 지휘관부터 제대로 서야 한다. 그런데 군 인사가 언젠가부터 원칙도 기본도 없이 무너져버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코드인사가 군대에까지 파고든 것이 문제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군 출신들이 관변 조직을 나눠 먹고 장군 인사는 이들을 통한 줄서기가 돼버렸다. 군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보다 국회 국방위원들과 인맥을 쌓거나 청와대 등 권력기관으로 파견을 나가는 것이 진급의 지름길이다. 그러다 보니 주특기를 살린 인사는 사라지고 야전 경험 없이 계급만 높은 사령관들이 넘쳐난다.

지난 2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해안 귀순(추정) 관련 상황 보고가 이뤄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야전 지휘관 경험이 없는 대북 전문가가 수방사령관이 되고 일선 사단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경계가 뚫린 22사단 인사가 대표적 사례다.


지휘관들이 지나치게 부하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원칙 없는 인사와 무관치 않다. 강철같은 군기를 앞세우는 지휘관보다 '워라밸'을 강조하는 지휘관이 인기가 높다. 용장이 아닌 지휘관이 덕장으로 이를 메꾸려 하면 안 된다.

육군은 23일 계룡대에서 'MZ세대, 소통의 육군문화 혁신' 간담회를 열었다. 1980년대~2000년대 출생한 장병들의 눈높이에 맞는 육군문화 혁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한다. 부실 급식 등 군내 각종 부조리 고발 창구로 자리 잡은 육대전(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운영자들을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만났다.

지난 23일 충남 계룡대에서 'MZ세대, 소통의 육군문화 혁신' 전문가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군대가 MZ세대 장병 눈높이에 맞춰 소통을 시도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군의 악습이 제거되고 현대화된 군으로 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병사들의 불편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투력이다.

군대의 가장 큰 목표는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력 함양이 돼야 한다. 집에 두고 온 강아지가 아프다고 중대장 앞에서 눈물짓는 병사의 하소연까지 들어줄 수는 없다. 도상으로만 작전 훈련을 하는 지휘관과 소총도 제대로 못 쏘는 장병을 믿고 국민들이 밤잠을 편하게 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군대는 싸워서 무조건 이길 때 존재할 수 있다. 그 시작은 최고의 지휘관이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군 만큼은 코드인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원칙도 기본도 없이 정권 입맛대로 지휘관이 낙하산처럼 투하되는 한 대한민국 군대는 당나라 군대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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