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판 앞장섰던 홍콩 빈과일보 폐간…"빗속에 눈물로 이별"

24일 자 100만 부 발행하고 26년 역사 마감
마지막 신문 만들던 사옥 앞에 지지자들 몰려
홍콩 전역 가판애에도 한밤중에 긴 구매 행렬

홍콩 시민들이 빈과일보 마지막 종이신문을 들고 있다. SCMP 캡처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매체인 빈과일보가 24일 마지막 종이신문을 발행하고 26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마감했다.

2019년 반중시위 여파로 중국이 통제를 강화한 이후 한때 자유아시아의 상징으로 불렸던 홍콩의 변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홍콩 당국의 자금동결 조치로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게 된 빈과일보는 당초 26일 자 신문을 마지막으로 폐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처가 전날 오전 융칭카 논설위원을 외세와 결탁한 혐의로 체포하자 폐간 날짜를 이틀 앞당겼다.

빈과일보 사옥이 있는 정관오의 건물 밖에는 빗속에도 마지막 신문을 구하려는 독자와 지지자들로 전날 밤 10시쯤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몽콕 등 홍콩 전역의 신문 가판대 밖에도 이때부터 마지막 신문을 구하려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빈과일보 사옥에서 직원들 모습. SCMP 캡처
밤 11시 45분에 빈과일보 최후의 신문을 인쇄하기 위한 윤전기가 돌아갔다. 인쇄기 버튼이 눌리자 기자들과 직원들은 박수를 치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 기자는 "독자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기사를 쓰면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우리의 폐간으로 구속된 동료들이 풀려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밝혔다.

사옥 밖에서는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힘내라 빈과일보!"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2019년 반정부 시위 때 등장한 "광복홍콩 시대혁명"을 외치기도 했다.

새벽 0시 20분쯤 빈과일보 직원들이 건물에서 나와 단체 사진을 찍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곧이어 직원들이 정문에서 마지막 신문을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마지막 신문의 톱뉴스는 폐간 소식이었다. 1면에 스마트폰 조명등으로 정관오에 있는 빈과일보 사옥 전경을 비추는 한 지지자의 손과 함께 '빗속에서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 '우리는 빈과일보를 지지한다'는 글자가 새겨졌다.

총 20면으로 발행된 마지막 신문은 9면까지 빈과일보에 대한 최근 당국의 단속과 독자들이 전하는 아쉬움으로 채워졌다.

빈과일보는 마지막 신문을 평소보다 12배가량 많은 100만 부를 발행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빈과일보 등 홍콩 언론들도 이날 빈과일보의 폐간 장면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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