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광현 (종로 귀금속점 사장),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주말 훔친 신용카드로 1600만 원 상당의 금붙이를 사려던 20대가 경찰에 붙잡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귀금속 전문점 사장님의 눈부신 기지로 이 20대를 잡을 수 있었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그야말로 종로 귀금속상가의 화제의 인물입니다. 직접 만나보죠. 김광현 씨 연결돼 있습니다. 김 사장님 안녕하세요.
◆ 김광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종로 일대에서 유명인 되셨다면서요?
◆ 김광현> (웃음) 조금요.
◇ 김현정> 지난 주말에 벌어진 일들을 한번 더듬어 보겠습니다. 지금 저희가 당시 CCTV 화면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만 저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자, 이 사람이 절도범인 거죠?
◆ 김광현> 네.
◇ 김현정> 겉모습은 평범했나요?
◆ 김광현> 네, 그냥 좀 왜소한 체격에 젊은 남자 친구였어요.
◇ 김현정> 가게에 들어와서 첫 마디가 뭐였어요?
◆ 김광현> 부모님 선물로 순금을 사고 싶다고 했어요.
◇ 김현정> 부모님 선물로 순금 사고 싶다? 그러면 여기까지는 문제 될 게 없네요.
◆ 김광현> 그렇죠.
◆ 김광현> 제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먼저 자꾸 ‘자기가 돈을 많이 벌었다’ 이렇게 말을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거는 굉장히 이례적이네요.
◆ 김광현> 네. 그러면서 먼저 아빠 거를 고르겠다고 하면서 30돈짜리 팔찌를 고른 거죠.
◇ 김현정> 우와, 30돈짜리요? 무려 30돈짜리? 30돈짜리는 얼마에요?
◆ 김광현> 거의 1000만 원에 가깝거든요.
◇ 김현정> 그거를 먼저 턱 골랐어요? 이거 아버지 선물이라고?
◆ 김광현> 그렇죠. 그런데 그거를 골랐을 때 제가 먼저 한번 얘기를 했어요. ‘혹시 카드 한도가 되겠느냐, 이거 굉장히 비싸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때는 또 대답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엄마 거를 마저 보여달래요. 그래서 엄마 것도 마저 골랐는데 엄마 거는 10돈짜리 팔찌랑 10돈짜리 목걸이를 골랐어요. 그러니까 합이 50돈이 된 거죠.
◇ 김현정> 합이 50돈. 그게 또 가격으로 치면 얼마쯤 됩니까?
◆ 김광현> 그게 1665만 원이요.
◇ 김현정> 그게 1665만 원. 그래서요?
◆ 김광현> 그래서 다 골랐다고 해서 결제를 해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아직 그때 금액을 안 알려줬거든요. 일반적으로 그렇게 큰돈을 쓰는데 금액도 안 묻고 결제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잦은 경우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카드를 달라 그랬어요. 그래서 카드를 달라고 했는데 일단은 이름이 없더라고요. 개인적인 이름이.
보통 이름이 없으면 법인카드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조금 이상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친구도 일을 하고 있을 수는 있으니까 그래서 카드 결제를 하려고 할 때 한 번 더 물어봤어요. 이게 법인카드면 일시불밖에 무조건 안 되는데 ‘혹시 카드 할부 몇 개월로 해줄까요?’라고 물어보니까 3개월로 해 달래요.
◆ 김광현> 일부러 물어봤어요.
◇ 김현정> 법인카드는 할부 안 되는 걸 이미 알고 있을 테니까.
◆ 김광현> 그렇죠, 법인카드 이용자들은 다 알아요.
◇ 김현정> 알죠. 그래서 떠보려고 ‘할부 몇 개월로 해 드릴까요?’라고 물은 거예요.
◆ 김광현> 네, 그랬더니 3개월을 해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도 세상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또 혹시 모르잖아요. 제가 실수하면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제가 카드기기에다가 넣고 3개월 금액 넣고 3개월 입력을 했거든요. 그 친구가 서명을 한 다음에 카드 기계에서 할부 불가능한 카드라고 오류가 뜬 거예요. 이 카드가 본인 카드가 아니라는 게 확신해진 거예요.
◇ 김현정> 그런데 ‘수상하다, 신고해야겠다’라는 생각이 그 순간 딱 드셨더라도 범인이 눈앞에 있는 상태에서 전화기를 들어서 신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범인이 가게에서 그냥 나가게 두면 놓칠 수도 있고. 어떻게 하셨어요?
◆ 김광현> 이제 그렇게 딱 떴을 때 ‘아, 이거는 이제 잘못된 게 확실하구나’라고 느끼고서 바로 제 휴대폰을 찾기 시작을 했어요. 그러고 난 다음에 바로 휴대폰 찾아서 112에다가 전화를 딱 하려고 하니까 나가는 거예요.
◇ 김현정> 낌새를 눈치챘군요?
◆ 김광현> 네. 아는 거죠. 그래서 바로 그때 잡았어요. 그 친구 손목을.
◇ 김현정> 손목을 그냥 덥석 잡으셨어요. 아니, 칼이라도 들고 있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 김광현> 뭐 그 안에 저만 일하는 건 아니니까요. (웃음) 문제가 생기면 도움을 받겠거니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무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손목을 잡았어요. 그래서 112에 바로 신고를 하기 시작하니까 팔목도 잡혔고 제가 112에 통화를 하는 걸 듣기 시작하니까 자포자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신고하고 조금 이따가 경찰분들이 금방 다 오셔서 다 이제 데리고 가고 나중에 조사도 저도 같이 좀 받고 이렇게 된 거예요.
◆ 김광현> 제가 원래 조금 그런 게 약간 있어요. 옛날에 어렸을 때도 한 22~23살 때도 눈앞에서 사고가 났는데 그 가해자가 뺑소니라서 쫓아가서 잡은 적이 있거든요.
◇ 김현정> 원래 정의로우신 분이구나.
◆ 김광현> 약간 그런가 봐요. 집에 와서 와이프한테 얘기했더니 옛날부터 알아보고 있었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때 당시에 여자친구가 지금 와이프거든요. (웃음)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 김광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그야말로 정말로 순발력과 눈부신 기지로 이 절도범을 잡아내신 건데 큰일하셨습니다.
◆ 김광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제가 감사드리고요. 오늘 대단히 고맙습니다. 장사 잘하세요.
◆ 김광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네, 복 받으실 겁니다.
◆ 김광현> 방송 잘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김현정> 참 이 사장님 복받으실 겁니다. 빈차털이 절도범을 그야말로 순간의 기지로 잡아낸 종로 귀금속 상가의 김광현 사장이었습니다. 여러분, 지금 말씀 들으신 대로 요즘 일명 빈차털이, 즉 문이 잠기면 사이드미러가 접힌다는 점을 이용해서 사이드미러 접히지 않은 차량만 골라 범행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빈차털이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요즘 절도범들은 어떤 식의 방법 쓰고 있는지 이분과 함께 짚어보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입니다. 연구위원님, 안녕하세요.
◆ 승재현>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요즘 유행하는 빈차털이 수법 뭐가 있습니까?
◆ 승재현> 방금 말씀 주신 바와 같이 사이드 미러가 가장 지표가 되는데요. 그거뿐만이 아니라 장소가 인적이 드문 자동차도로의 갓길이라든지, 골목길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유리창을 깨서라도 절도를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그곳은 인적이 드물고 그게 깨더라도 들키지 않을 확률이 있으니까요.
또 이거뿐만 아니라 축제장소나 놀이공원에 가면 요새 캠핑 같은 거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 아이와 집사람은 먼저 캠핑장소에 가고 그 다음에 남편이나 주위분들이 캠핑도구를 가져가면서 문을 못 잠그는 경우가 가끔씩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 있어서는 문이 열려 있는 걸 알고 들어가서 빈차 털이를 하는 그런 어떤 수법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 승재현> 그렇죠. 왜냐하면 그 사이에는 분명히 주위 사람들도 많고 이 정도면 내가 잠시 좀 이렇게 문을 열어놓고 가더라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라는 신뢰에 기대서 문을 열어놓고 가는데 그 순간을 빈차털이범들은 노리고 있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군요. 여러분, 이게 실제로 요새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얘기해 주고 계시는 거예요. 사이드미러 같은 경우에는 요즘 새로 나온 차들 중에는 문 잠그는 순간 저절로 사이드미러 닫히는 것, 그 점을 노린 거죠. 사이드미러 열려 있는 차는 ‘어? 저 차는 문 안 잠그고 그냥 갔구나!’ 이거를 아는 거예요.
◆ 승재현> 네, 제 자동차는 과거 자동차라서 이렇게 시동을 꺼도 여전히 열려 있는 사이드미러인데 요즘은 자동으로 되어 있어서 사이드미러를 옛날에 주폭들이 많이 손괴를 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열려져 있으면. 그래서 자동으로 닫히게끔 만들었는데 그게 또 범죄에 악용되고 있으니 참 기술의 발전이 한편으로는 범죄에 또 이용되고 있는 측면이라서 약간 씁쓸하기는 하네요.
◇ 김현정>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될 것들을 좀 체크해보죠. 물론 문 잘 잠그셔야 돼요. 문은 잘 잠그셔야 되는 건 기본이고 ‘차에 이런 거는 두고 다니지 말라. 그러면 범죄의 표적이 된다’ 어떤 게 있을까요?
◆ 승재현> 사실 빈차털이잖아요. 이거는 전형적인 기회범이거든요. 안에 중요한 물건이 있거나 현금이 있으면 사실 유리창을 깨서라도 가져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가장 중요한 건 차 안에 귀중품 놓고 내리시면 안 되는데요. 저도 가끔 실수를 하는데 짐이 많으면 몇 개를 놓고 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집에 올라가고 난 다음에 다시 내려와서 가져가리라’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절대로 안에 귀중품은 놓고 내리시면 안 된다.
◇ 김현정> 시계, 막 이런 거 안 되는 거죠?
◆ 승재현> 그럼요. 시계, 현금. 그다음에 저희들이 많이 갖고 있는 랩탑, 노트북 같은 경우는 절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 김현정> 그리고 ‘시계 이거 별로 비싼 거 아니라서 그냥 놓고 내린다’ 하는 분도 계시는데 결국 그 시계 때문이 아니라 ‘시계를 놓는 정도 사람이면 현금도 좀 놓고 다닐 수 있겠구나. 주유용 카드를 놓고 다닐 수 있겠구나’ 이런 걸 노리고 연다는 거 아니에요.
◆ 승재현> 그렇죠, 네, 맞습니다. 시계를 보면, 외장을 보면 그게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그게 존재한다는 자체가 기회를 만들어내는 거거든요. 안에 그런 특정 어떤 물건들을 반드시 이렇게 만약에 정말 놓더라도 안 쪽에 깊이 숨겨놓으셔야 한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 승재현> 가장 중요한 것은 112에 신고를 하시고 두 번째는 내가 마음이 막 급하다 보니까 안에 있는 물건을 내가 막 무엇이 훔쳐졌는지를 확인하는데요. 그러면 그 범죄장소가 오염될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범죄장소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 상태에서 신고를 하시고 가장 중요한 건 주변에 CCTV가 어디에 있는지 좀 적극적으로 확인하셔서 경찰이 왔을 때 ‘여기, 여기, 여기 CCTV가 있다’라는 것을 말을 해 주면 아마 경찰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할 것이고요.
이런 빈차털이 자체가 재범의 위험이 굉장히 많은 범죄이니까 경찰 분들도 그냥 단순한 절도, 소액절도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반드시 피해자가 많으니까 꼭 적극적인 수사에 임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까지 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님 고맙습니다.
◆ 승재현> 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