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시장은 이번 주민소환을 "정부정책에 대한 화풀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민소환의 이유가 이미 없어졌음에도 단순히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민소환 '억지 명분'…자족기능도 "문제없다"
그는 "시민들의 요구대로 정부와 여당을 쫓아다니며 청사부지 주택공급 계획을 철회시켰다"며 "그런데 이젠 주택 추가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소환운동을 벌인다"고 언짢은 심기를 드러냈다.
김 시장은 "주민소환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오해와 가짜뉴스들이 시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주민소환 추진위원회가 내세운 '주택 공급 백지화'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원도심 생활에 직접적 영향은 없는 상황에서 청사부지 주택계획을 철회시킨 성과를 깎아 내리기 위한 논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임대주택만 들어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공공주택사업으로 분양주택은 60~65%, 임대주택은 35~40%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3천세대를 추가 조성하기로 한 과천지구의 경우 여유 있는 설계로 용적률상향에 문제가 없고 자족용지는 30만㎡ 안팎으로 기업용지가 별도로 구획된 지식정보타운의 24만㎡보다도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1300세대는 과천 내 다른 개발지구에 분산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주택과밀에 따른 하수처리 용량 부족 우려도 "과천지구 개발사업을 하면서 이전 증설하게 될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교통난의 경우 광역교통 개선대책을 내세웠다. 김 시장은 "사당방향 남태령의 이수 복합터널, 양재방향 과천대로-헌릉로간 도로, GTX-C노선과 과천-위례선 개통 등으로 향후 교통여건이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자족도시로 가기 위해 2035년 인구 15만 도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이전 시장 때부터 계획된 것으로 과천시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장으로서 정부가 우리 지역에 한 채도 안 짓고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했다"며 "이에 시민들이 반대하던 청사부지 계획을 철회시킨 것"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다만 교육시설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발지구 안에 학교를 추가 건립할 예정이어서 도심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대체지에는 학교용지 부지를 확보할 계획이고 세대수가 추가되는 과정에 교육 당국과 협의해 추가 대책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계획 철회' 견인, 소환 목적 이미 '소멸'
이번 주민소환은 지난해 8월 정부가 정부과천청사 앞 8만 9천여㎡ 유휴부지에 4천세대 공공주택을 짓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정부계획을 막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시장은 "청사부지 주택계획 반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결국 기존 정부계획 철회를 이끌어냈다"며 "주민소환의 목적은 소멸됐다"고 재차 힘을 줬다.
그럼에도 주민소환 추진위가 소환을 강행하자 그는 일련의 사태가 주민소환제의 취지에 부합하는지 물음표를 던졌다. "소환투표가 시장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부 정책 반대를 위해 발의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7년 도입된 주민소환제는 지자체장 등의 부정, 부패나 독선 행위가 있을 시 유권자가 파면시킬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직접민주주의로 지방자치의 폐단을 막기 위함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소환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독단적 행정, 부정부패에 대응하려는 취지에 비해 소환제가 남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현안 공론화와 토론 없이 탄핵부터 하자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소환법'은 직접적인 정치 참여라는 두루뭉술한 취지만 명시했을 뿐, 소환 사유에 대한 세부규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런 데다 주민소환제의 문턱을 낮추는 개정안까지 입법예고 돼 제도 오남용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주민소환 추진위는 애초 핵심 소환 취지였던 청사부지 주택공급 계획이 철회되자 주택 추가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라며 소환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깨진 보도블럭 방치', '회식비 사용 1위', '교통 공약 미이행' 등 소환 사유로 보기 어려운 이유들을 들었다.
◇거듭된 소환 추진, 결국 시민에게 '부작용 피해'
과천시에서는 2011년에도 시장 소환이 추진된 전례가 있다.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두 차례나 추진된 건 과천이 유일하다.
여인국 당시 과천시장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주택 지정을 수용해 소환 심판대에 올랐다. 그때도 시장 개인의 비위나 독선이 아닌 공공성을 지닌 정부정책을 반대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부족한 주택공급 해소와 수도권 집값 안정 등 공공성을 띈 사업 거부를 되풀이하는 게 자칫 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지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우려했다.
과거 여 전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은 투표율이 투표인 총수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해 끝내 무산됐다. 하루 진행된 투표에서 유권자 5만 5096명 중 9820명(17.8%)이 투표하는 데 그쳤다.
김 시장에 대한 소환투표권자는 5만 7286명, 개표 기준인 유권자 33%에 해당하는 인원은 1만 9096명이다. 이번엔 사전투표까지 포함해 사흘간 소환투표가 이뤄진다. 이 때문인지 그는 "정부 결정으로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소환 분위기가 확산할까 여전히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 갈등 심화와 소환투표 진행에 드는 10억원 안팎의 선거비용 등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남겨진 상황. 주민소환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선거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 시장 역시 "정부와 청사부지 활용방안을 논의하고 확정해야 되는데 모든 게 중단됐다"며 "청사부지 활용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완벽하게 지켜낸 것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는 만큼 시장 발목을 잡기 보다는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