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도이치 주가조작 '윤석열 장모' 관여 정황 포착

도이치 내부자와 동일 IP로 수십 차례 주식 거래
해당 시기 도이치모터스 주가 두배 가까이 상승
전문가 "동일 IP 사용은 시세 조종의 핵심 간접 증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 최모 씨(왼쪽), 부인 김건희 씨.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연루 의혹이 불거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윤 전 총장 장모 최모 씨도 깊이 관여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풍문으로 떠돌던 '장모 개입설'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1일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정용환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최 씨와 도이치모터스 등기이사였던 A씨가 공모한 구체적 정황을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최 씨와 A씨가 2010년 9월부터 2011년 초까지 수십 차례 동일한 IP에서 주식계좌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 즉, A씨와 최 씨가 같은 장소에서 번갈아가며 접속해 주식을 거래한 셈이다.

여기서 최 씨는 자신의 거래계좌와 보유 주식을 제공하고, 실제 주식 거래는 A씨가 도맡는 식의 시세조종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0년 9월 1일 2600원이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이듬해 3월 2일 6340원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특히 2010년 9월 한 달에만 최 씨와 A씨 계좌는 20여 차례나 동일한 IP에서 접속됐다. 검찰은 최 씨 외에도 다수의 다른 거래자들 명의의 계좌가 A씨와 동일 IP를 사용한 사례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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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대표이사의 측근이자, 도이치모터스와 도이치파이낸셜의 자금·재정 업무를 수년 간 총괄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A씨는 도이치모터스에서 임원을 지낸 뒤 도이치파이낸셜 설립 자금 조달을 직접 진행했고, 이후 회사 CFO(최고재무책임자)도 맡았다.

서초동의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동일 IP 접속은 매우 중요한 정황 증거다. 통상적으로 시세를 조종할 때 IP가 한군데 몰려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 시세 조종을 했다는 핵심 간접 증거가 된다"며 "실제 주식거래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허위로 매수·매도 주문만 넣어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금융기관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등 자금 흐름을 면밀히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이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도이치모터스 사건 개입 여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A씨의 경우 취재진이 직접 집과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메시지를 남겨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홈페이지 캡처, 스마트 이미지 제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2013년 작성된 경찰 내사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지난해 2월의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주식의 시세조종이 벌어졌으며, 윤 전 총장 부인인 김 씨가 '작전 세력'에게 주식과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이때 불거졌다.

이같은 의혹은 "2013년 말 금융감독원에서 해당 의혹으로 조사받았고,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고 통보받았다"는 도이치모터스 측의 지난해 언론 인터뷰로 해소되는 듯했지만, 최 씨라는 '새 인물'의 등장으로 여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윤 전 총장과 김 씨는 2012년 3월에 결혼했다.

앞서 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지인과의 통화하면서 "딸은 상관없다"고 말하거나, '회장님(최 씨)이 했잖느냐'는 지인 질문에 "어 그럼"하면서 수긍한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내용이 가벼운 농담이 아닐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지만, 윤 전 총장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나 처가 관련 의혹을 해명하면서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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