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재미·감동·의미 다 잡았네…뮤지컬 '레드북'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8월 22일까지.

플레이더상상 제공
"창작뮤지컬에서 기념비적인 여성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평을 들었던 뮤지컬 '레드북'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의 귀환이다. '레드북'은 2018년 초연 당시 서사, 넘버, 연기,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 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2021 버전 레드북은 새 프로덕션이 합류하면서 배우와 무대 등에 일부 변화를 줬다. 더 유쾌하고 발랄해졌다. 165분 동안 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웃음 포인트가 다양하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배꼽 잡다가, 등장인물의 웃픈 상황을 깨알같이 묘사한 넘버의 가사에 절로 미소 짓게 된다.

'레드북'은 지극히 보수적이었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로 취급받았고, 경제활동이 제한됐다. 성희롱을 당해도 꾹 참아야 했고 정숙함을 강요당했다. 하지만 주인공 '안나'는 달랐다. 숙녀 보단 그저 나로 살고 싶었던 그는 본인 뜻대로 야한 소설을 쓴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작가로 안정받는 안나의 모습은 욕망하고 성취하는 여성의 힘을 보여준다.

솔직하고 당당한 '안나'의 매력은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배가된다. '안나' 역은 차지연과 아이비, 김세정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명성황후(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살리에리(연극 '아마데우스') 등 선 굵고 고뇌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차지연은 주체적이면서 밝고 사랑스러운 '안나'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초연에 이어 또다시 '안나'로 돌아온 아이비와 K팝 여성 아이돌 김세정의 연기도 맛깔나다.

'브라운' 역은 송원근과 서경수, 인성(SF9)이 번갈아 연기한다. 고지식한 변호사 '브라운'이 안나와 사랑을 일궈가며 변화하는 모습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최근 뮤지컬 '썸씽로튼', 뮤지컬 '위키드' 등에서 특유의 코믹한 연기로 호평받은 서경수는 '안나'를 통해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아는 진정한 신사로 거듭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로렐라이 언덕'의 회장 '도로시'와 '브라운'의 할머니 '바이올렛' 1인 2역을 바삐 오간 베테랑 김국희·방진의의 연기도 일품이다.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통해 여성과 남성 모두 성장하는 드라마. '레드북'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인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가 또 한번 뭉쳤고 박소영 연출이 새로 합류했다. 양주인이 음악감독, 홍유선이 안무감독을 맡았다.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8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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