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목선'은 목선을 타고서라도 고향인 이북으로 가고 싶어하는 실향민 채 씨와 그 이웃들의 이야기다. 소재는 무겁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유쾌하고 활달하다.
연극은 과거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분단의 굴레가 등장인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주목한다. 극중 채 씨는 소련 해체 직후 그 나라에 들어가 탱크마저 고철로 팔아먹던,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집안에 금덩이를 쌓아놓고 살지만 채 씨는 이제 가는 세월이 두렵다. "죽기 전에 북에 두고 온 처자식 손을 잡아봤으면…"
기세등등해 보이지만 채 씨는 생이별한 가족을 향한 그리움에 사무쳐 있다. 그리고 채 씨 주변에는 그의 마음을 이용해 한 몫 잡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사기를 잘 치지만 잘 당하기도 하는 부동산 마 씨, 각종 자격증을 섭렵했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평생 백수인 추리닝 청년, 보이스피싱 사기단에게 팔보채를 대접하는 속없는 목 씨 등이다.
"채 씨를 널빤지 배에 태워 북에 보내버리자." 작당한 셋은 목선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북에 갈 수만 있다면 재산도 목숨도 다 버릴 수 있다는 실향민이 넘쳐나면서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쓴웃음을 짓다가 이내 생각에 잠기게 된다.
북한 주민의 '헤엄 귀순'과 탈북민의 '헤엄 월북', '목선 월남' 사건이 발생할 때면 '구멍 뚫린 안보', '군(軍) 경계 실패'를 지적하는 뉴스가 꼬리를 문다. 이 작품은 정치적 잣대를 배제한 채 헤엄을 치고 목선에 오르는 이들의 절실함에 무게중심을 둔다.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전쟁보다 휴전이 익숙해진 우리에게 전쟁, 북한, 실향민의 의미는 무엇일까. 윤한솔이 연출하고 윤미현이 극작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6월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