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진입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소방관이 1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물류센터 건물 지하 2층에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모(52)대장으로 추정되는 시신 1구의 유해를 발견했다.
아직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진 않았으나, 이번 화재 사고에서 경찰과 소방이 파악하고 있는 실종자는 김 대장 한 명뿐이이서 당국은 김 대장의 시신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대장의 시신은 지하 2층 입구에서 200m가량 되는 곳에서 발견됐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11시 20분쯤 김 대장은 인명 검색을 위해 동료 4명과 함께 지하 2층에 진입했다.
그러나 김 대장이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창고에 쌓인 적재물이 무너지며 불길이 세졌다. 이들은 11시 40분쯤 탈출했지만, 김 대장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곧바로 김 대장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건물 곳곳에 쌓인 가연성 물질 때문에 불길이 거세지며 결국 같은 날 오후 1시 5분쯤 중단됐다.
소방당국은 김 대장의 상태를 '고립'에서 '실종'으로 전환하고 화재 추이를 지켜보며 구조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 이날 오전 건물 안전진단을 실시한 유관기관이 "구조대 투입해도 이상 없다"는 결과를 내놓자 곧바로 구조작업을 재개했다.
김 대장은 동료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앞서 현장에 출동했던 '모범 소방관'으로 꼽혔다.
그는 지난해 7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SLC 화재 사고 당시, 다친 몸을 이끌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그는 수술을 받고 한 달 가까이 입원해야 하는 큰 부상을 입었지만, 퇴원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30㎏이 넘는 산소통을 메고 화재 현장을 누볐다.
광주소방서 백승구 구조대원(소방사)은 "김 대장은 다방면으로 출동 경험이 많아 직원이 현장에 나가면 놓치는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 줬다"며 "나같이 경험이 없는 직원은 전체적인 상황을 챙기지 못하고 목적만 보고 앞서가는데, 대장이 그럴 때마다 올바른 길로 지도해줬다"고 말했다.
광주소방서 김영달 구조대원(소방위)도 "현장에 같이 출동했던 직원들은 자책감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동료들의 품으로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바람과 달리 김 대장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장례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소방당국은 오는 21일 영결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현재 물류센터의 큰 불길은 잡힌 상태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2시 25분 초진과 함께 대응단계를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했다.
다만, 내부에선 잔불이 남아있는 만큼 잔불정리를 마친 뒤 합동감식에 나설 계획이다.
소방 관계자는 "오늘 오전 구조대를 투입해 김 대장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장례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아직 꺼지지 않은 잔불 정리를 한 뒤 합동감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