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후보들의 존재감을 높이면서 한창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시기에 경선 일정을 놓고 계파간-캠프간 다툼이 심화되면서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선 가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18일 결정하기로 했던 경선 일정 연기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다음 주로 미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 66명이 경선 연기 여부를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하자며 의총 소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총이 열릴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3분의 1이 넘는 의원들이 연판장까지 써가면서 공개적으로 연기 여부를 논의하자고 한 만큼 이를 무시한 채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때문에 당초 이번 주 안에 대선기획단을 출범시키면서 연기 문제도 매듭을 지어 경선 분위기를 띄우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적자(嫡子)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지사가 "큰 틀에서 민주당의 친문 세력이고 문재인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과정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후보들 간에 협의해 나가면, 다양한 목소리들도 충분히 수렴해 나가면서 경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른바 '이준석 돌풍'으로 불리는 야권발 변화의 움직임에 대응하려면 당내 친문-비문 갈등을 극복하고 힘을 모아야한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연기를 둘러싼 내홍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인 후보자들 간에 유불리를 놓고 다투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보이는 일이 생겨나는 것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예정대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전 총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인의 말의 품격이 중요하다"고 이 지사의 발언이 품격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경선 연기가 당헌당규 개정 사항도 아닌데 "사실을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달 1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김두관 의원도 "기본적으로 경선은 마스크를 벗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이런 공개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경선 연기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길어질수록 불필요한 비난을 살 가능성이 높고, 청와대 또한 이러한 우려에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해 조국 사태 사과, 부동산 세제 완화 등에 나선 상황에서 자칫 룰을 또 바꿨다가는, '이준석 돌풍'을 비롯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날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최재형 감사원장 등 연일 관심을 얻고 있는 야권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선 룰은 모든 후보자의 합의가 있어야만 바꿀 수 있는데 이 지사 뿐 아니라 복수의 후보자가 연기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합의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매듭이 불가피한데, 이런 상황이라면 원칙 유지의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어느 쪽이든 결론을 빨리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론의 주도권을 야권에 내준 상황에서 집안 다툼이 길어질 경우 정권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 예산정책협의회가 오는 21일 예정돼 있어 이르면 오는 22일 경선 연기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