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우리 사회의 인물비평이라는 새로운 장을 연 인물이 있습니다. 정치인, 지식인, 이런 주요 인사들을 실명으로 비판하면서 우리 사회 비평 문화의 한 획을 그은 분이죠. 바로 전북대 강준만 명예교수입니다. 강준만 교수가 펴낸 "인물과 사상"이라는 간행물은 2000년대 참 이슈였는데요. 실명으로 인물 비평을 하다 보니까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어야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을 이어온 그 작업이 중단됐다가 이번에 다시 "THE 인물과 사상"으로 부활했습니다. 전북대학교 강준만 명예교수 지금부터 직접 만나보죠. 강준만 교수님 안녕하세요.
◆ 강준만> 네, 안녕하세요. 강준만입니다.
◇ 김현정>
◆ 강준만> 예전에 안 좋은 소리 많이 들었거든요. 그게 조금 한 맺힌 것도 있고요. 그런데 제가 예전하고 달라진 건 최근에 제가 개인적으로 절박하게 느끼는 게 소통이 안 되는 세상이 됐더라고요. 훨씬 더 심해진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습니까?
◆ 강준만> 그래서 저 나름대로 이제, 정년(퇴임) 하고 나서 내 나름대로 기여할 게 조금이라도 없을까 생각을 하다가 소통을 중심 키워드로 놓고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 그래서 예전처럼 무조건 때리고 까고 그런 게 아니고 ‘왜 이분은 말씀을 이렇게 하시지? 이거는 조금 소통이 아니지 않나요?’ 조금 그런 이의제기 한번 해 보고 싶은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전에도 사실은 지역주의라든지 이런 갈라짐은 있었어요. 진보와 보수로 갈라지고 지역으로 갈라지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하게 갈라지고 그 갈라짐 속에서 소통이 안 되고 그렇습니까?
◆ 강준만> 지금 말도 못 하죠. 그래서 정치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 김현정> 정치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좀 이런 닫힌 구조가 있다’?
◆ 강준만> 닫혔죠. 닫혔는데 제가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저도 과거에 그랬었고 그러니까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 설정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익숙해 있는 건 좀 거칠게 말하자면 비판을 너 죽어라. ‘너 잘 돼라 비판’은 비판으로 안 보시는 거예요. 우리가 내부적으로도 그렇잖아요. 당 내에서 어떤 인사가 ‘우리 당이 이러면 안 된다’라고 쓴소리를 하면 내부 고발성의 조금 고언을 하면 그게 아주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받고 또 아주 조금 몰매를 맞기도 하고 지난 반세기 넘게 이끌어왔던 비판 문화는 ‘너 죽어라’ 그야말로 정치판의 이전투구를 사회 일반에서도 보통 사람들 유권자들까지 ‘너 죽어라’ 이거는 정말 아니지 않는가.
그러면 한번 우리가 발상의 전환을 해서 ‘너 잘 돼라’로 한번 해보자. 그러면 좋은 점이 많거든요. 일단 내부적으로 같은 편, 내부에서 비판을 하면 가장 좋은 점이 악의적인 비판은 안 합니다. 잘 돼라는 취지니까. 그리고 비판이 정교해져요. (내부를) 잘 아니까요.
◇ 김현정> 그럼 각 정당마다 내부 비판이 더 많이 나와야 된다는 이야기고.
◆ 강준만> 그게 주류가 되고 상대 정당을 향해서 하는 ‘너 죽어라 비판’도 있을 수 있겠죠. 타격을 입히기 위한 비판. 그게 오히려 조금 비주류가 되는 그런 세상을 제가 이제 꿈꾸는 거죠.
◇ 김현정> 지지자들 안에서도 오히려 더 비판이 활성화되어야 되는데 지금은 오히려 서로 다 못 하게 막아버리잖아요?
◆ 강준만> 막아버리고요. 정말 이게 가슴 아픈 게 왜 우리가 정치로 인해서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삶에서도 아예 싸우고 하는 게 이게 비일비재합니다.
◇ 김현정>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일상으로까지 옮겨왔다’?
◆ 강준만> 그렇죠, 그대로 일상으로 옮겨왔고요. 이게 또 수요, 공급의 원리에 의해서 일상으로 옮겨왔기 때문에 이 공급 쪽에도 영향을 미쳐요.
◇ 김현정> 서로 역시너지를 내고 있네요.
◆ 강준만> 그렇죠. 정치인들도 눈치 보거든요. ‘열성지지자들의 생각은 이러하신데 내가 감히 여기에 반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그 열성지지자들의 대체적인 생각에 반하는 주장을 했다가 아주 된통 혼나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면 도대체 정치가 이게 쇄신할 수 있는 길이 어디에서 찾을 수 있냐 이거죠. 문제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 김현정> 교수님이 인물비평, 특히 권력을 가진 쪽에 대한 비판을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하고 계시는데, 교수님도 그런 문자폭탄도 받아보시고 막 이러셨어요?
◆ 강준만> 제가 공론장에 뛰어들어서 말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 강준만> 그러니까 이거는 최소한의 비용이죠, 제가 치러야 될. 그래서 저 개인에 대해서는 불만이 전혀 없는데 더 가혹한 어떤 비난, 욕설을 하셔도 다 좋은데 일반적인 보통 사람들, 시민들까지도 어떻게 한마디 한 게 언론에 이게 나가고 그러면 엄청난 보복과 악플과 아주 자영업 하는 분들은 장사를 못 할 정도, 그 상황이 되고 있단 말이죠. 이건 아니지 않은가. 한번 우리 다 같이 생각을 해보자. 제 취지는 그렇습니다.
◇ 김현정>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메시지가 그거더라고요.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넘어야 된다’ 그런 메시지를 던지고 계시더라고요.
◆ 강준만> 소통이죠. 자기편을 떠나서 정말로 소통을 하려고 하는 의지와 행동양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발언에 대해서는 그거 아닌 것 같다. 상대편을 악마라고 예를 들어서 욕해버리면 그쪽하고는 소통을 포기하겠다는 뜻인가요? 이건 아니잖아요.
◇ 김현정> ‘구체적인 인물들의 사례로서 그 소통이 막히는 이유는 뭔지, 혹은 잘하고 있으면 잘하는 이유는 뭔지는 찾아보시겠다’ 그 말씀이시군요?
◆ 강준만> 그렇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그 사례로써 들 만한 인물 10명을 추리셨는데 이게 4.7 재보선 막 치르고 대선 시작되는 국면에서 나왔기 때문인지 여당이 왜 재보선에서 대패했는지에 대한 분석들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의 치명적인 실수의 하나로 ‘윤석열의 악마화를 지적하셨어요. 어떤 의미입니까?
◆ 강준만> 저는 정말 이 주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그냥 입 밖까지 막 나옵니다. 지나가면 붙들고 말하고 싶어요.
◇ 김현정> 그 정도로 부글부글 끓으셨어요? 이 부분을?
◆ 강준만> 네, 왜 그러냐 하면 이렇게 싸울 일이 아니라는 거죠. 무슨 말이냐 하면 선악 이분법에 근거해서 ‘나는 이쪽 편, 너는 저쪽 편’ 그리고 10 대 0의 선악으로 규정을 해버립니다. 10 대 0인데, 제 주장은 10 대 0인 경우는 우리의 일상적 삶 안에서는 거의 없다는 거죠. 대체적으로 보면 우리가 일상적 삶에서 어떤 사람하고 갈등을 빚더라도 40 대 60, 또는 30 대 70, 또는 20 대 80. 쌍방 간에 어떤 누가 더 결함이, 흠이 많고 그런 정도인 거지 이거를 어떻게 10 대 0으로 봅니까? 그런데 여태까지 지난 한 20, 30년간 쭉 이루어져 온 것을 보면 10 대 0의 전쟁으로 지금 치러져 왔지 않습니까? 10 대 0이 아니죠.
◇ 김현정> ‘나는 완전무결하고 저쪽만 10의 잘못을 했다라고 상정을 하고 가버리기 시작하면 소통이 막혀버린다’는 말씀이시군요?
◆ 강준만> 소통이 막혀버리고요. 자기 정치적 주장이 거의 종교처럼 돼버립니다. 즉, 윤석열 전 총장이 문제가 있었고 잘못이 있었다, 이거예요. 저도 일정 부분 동의를 해요. 그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지하는 분들의 그 감정을 저도 상당 부분 공유하거든요. 거기까지는 좋은데 이분이 맞아야 할 매 정도의 상응하는 매를 때리고 있느냐. 제가 볼 때는 공명심이었어요.
◇ 김현정> 윤석열 전 총장의 조국 전 장관 수사, 그 부분 말씀이신가요?
◆ 강준만> 그렇죠. 생각을 해 보세요. 문 정권 출범 하고 2년간 적폐청산 수사를 서울지검장으로서 맹렬하게 해서 박수를 받았잖아요. 그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누구였습니까?
◇ 김현정> 조국 수석이었죠.
◆ 강준만> 조국 수석이었던 그 2년간 검찰의 거친 수사로 인해서 자살한 사람이 4명이 나왔어요. 그때 우리 진보 진영 쪽에서 단 한 번이라도 ‘수사가 너무 거칠다,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 특수부 문제 있다. 검찰 개혁해야 된다’ 그 목소리가 나왔었냐 이거예요. 한 번도 안 나오고 뜨거운 박수를 쳤단 말이에요. 그러다가 조국 법무부장관 내정되고서 흔히 하는 말로 8.27 쿠데타라고 그러세요. 그분들은. 그거 나오고 나서 180도로 돌변해버린 거예요.
◇ 김현정> ‘윤석열 총장은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전에 하던 대로 계속 하던 것뿐인데, 그거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어버렸다’?
◆ 강준만> 바뀌어버렸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거예요. 대통령이 임명하려고 하는 감히 조국을 이렇게 거칠게 수사를 해? 그러면 그거를 ‘아,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고 저분의 공명심을 너무 키워놨구나’ 거기서 이렇게 출발을 했으면 절대로 이 문제가 이렇게, 오늘날 이렇게까지 문 정부에게 치명적인 타격은 안 됐을 거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 많은 분들이 그거를 쿠데타로 규정을 했거든요. 정치인들만 그런 게 아니에요. 진보 진영에 언론에 나오는 담론들 한번 보세요. 다 쿠데타라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거는 제가 볼 때는 누워서 침 뱉기예요. 문 정부를 겨냥한 쿠데타였다? 그게 말이 되나요? 왜 말이 안 되냐면 2년간 뜨거운 지지를 보낸 데다가 실제로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를 들어가고 나서도 여권 내부에서 여전히 윤 총장을 지지했던 분들이 있었단 말이죠. 지금 그거 가지고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윤 총장도 국회 나가서 그런 말을 했잖아요. ‘대통령이 지지를 하셨다’
그러면 쿠데타라고 판단을 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그만 두게 했었어야죠. 그때 즉시요. 아니, 불러서 ‘정말 고맙다. 고마운데 우리 정권 철학하고는 안 맞는 것 같다’ 사정하다시피 부드럽게 그분의 명예를 살려주면서 물러나게 했으면 그래도 안 물러났을까요? 그 기회를 다 놓쳐버리고 대통령께서는 방관하셨단 말이죠. 1년 넘게. 소위 추미애, 윤석열 갈등을. 그러면 정작 이 문 정부 지지하고 윤석열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어야죠. 그러나 감히 대통령 리더십을 비판할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 우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내신 책 저 꼼꼼히 다 읽어봤어요.
◇ 김현정> 네, <조국의 시간>
◆ 강준만> 정말 공감 가는 게 있어요. 이분이 너무 당했구나. 저는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있거든요. 있지만, 거기서 쿠데타라고 단정해 놓으셔놓고는 제가 방금 말씀드린 이야기가 빠져 있는데다가 어떻게 민정수석 하실 때 4명의 자살자가 나왔을 때 이런 일언반구도 없으셨냐는 말이에요. 이런 내로남불을 우리 국민이 모를까요? 그러니까 한 번도 갈등이 시작된 이후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해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게 애초부터 10 대 0으로 볼 일이 아니었고 6 대 4, 7 대 3, 8 대 2 중에 어느 하나를 택했더라면 국민적 공감을 얻고 지지를 받으면서 얼마든지 문제 해결을 해나갈 수 있었다는 거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이제 조국 전 장관 지지층, 혹은 또 여권에서는 이런 얘기를 해요. ‘윤석열 전 총장이 애초에 정치에 뜻 품고 의도적으로 이렇게 움직인 건 아니냐’ 이렇게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 강준만> 그 말은 좀 너무 어이가 없다고 보는 게,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쿠데타라고 판단했으면 물러나게 한다든가. 그런데 그 방법을 쓰지를 않고 계속 비정상적이고 무리한 방법으로 쫓아내려고 했었잖아요. 1년 넘게 그게 우리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이 사회를 집어삼켰단 말이죠.
◇ 김현정> 뉴스 틀면 나왔죠, 계속.
◆ 강준만> 그렇게 해서 오늘날 윤석열 전 총장이 대권주자의 반열에 우뚝 서버리게 된 건데, 그 1년간의 과정을 싹 떼먹고서 애초부터 그걸 예정하고 예상하고 그랬다고요? 그거는 말이 안 되죠.
◇ 김현정> ‘결국 대통령 후보 윤석열은 이 정권이 혹은 또 추미애 전 장관이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강준만> 거의 한 90% 만들었겠죠.
◇ 김현정> 그래서 ‘재보선의 실패나 지금의 이 윤석열 후보를 만든 그 원인, 그것은 윤석열의 악마화, 그게 실수였다’?
◆ 강준만>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이제 어쨌든 후보가 곧 될 6말 7초에 정치선언, 대권선언을 한다고 하는 윤석열 전 총장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 강준만> 저는 책에다가도 부정적으로 본다고 했거든요.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는 최재형 감사원장 포함해서 이렇게 사정 성격의 국가기관에 있던 분들이 곧장 대선 출마하는 게 바람직한가? 저는 그 점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약간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요. 갖고 있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고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추윤 갈등으로 빚어진 그 무리한 윤석열 죽이기 작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잖아요. 그러니 그 판에 대고서 윤석열을 부정적으로 본다, 비판적으로 본다, 그게 무슨 의미를 갖겠느냐는 거죠. 그러니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를 않았는데 그러니까 이 문제가 그런 식으로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를 바꿔야 된다는 거죠.
◇ 김현정>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총장은 반사체지 발광체가 아니기 때문에 후보 되면 거품 다 빠질 것이다’ 이런 얘기도 하고 추미애 전 장관은 ‘검찰 당의 대선후보다’ 이런 발언도 했습니다.
◆ 강준만> 반사체, 발광체 나올 때마다 웃어요. 우스워요. 어이가 없어서.
◇ 김현정> 왜 우스우세요?
◆ 강준만> 왜 웃냐면 ‘나는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다’ 이 명언을 남기신 분이 있습니다.
◇ 김현정> 누구죠?
◆ 강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말을 무슨 의미로 했냐 하면 발광체와 반사체를 지금 해석하는 것하고는 달리 국민이라고 하는 저 무시무시한 민심. 민심을 반영하는 반사체로 족하다는 거에요. 그런데 과연 우리 문 정부가 국민 민심을 반영하는 반사체 역할을 제대로 해 왔는가. 누가 발광체가 되어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거기다 대고서 발광체가 아니고 반사체니까 안 된다?
제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아요. 지금 문 정부의 핵심적인 어떤 실세건 문 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 ‘4년이 넘었는데 이제 와서 전환하는 건 조금 늦지 않았는가. 길 가던 대로 가보자’ 전 이 생각이 정말 위험하고 잘못됐다고 봐요. 야구 명언이 있지 않습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지도자 생각할 때 마지막 모습, 마지막 장면으로 그 지도를 기억하고 평가합니다. 그러니까 늦었다고 포기할 게 아니고요. 정말로 엄정하게 성찰하면서 내로남불만큼은 그만둬야 되겠구나. 그리고 불가피하게 내로남불을 저지를 때는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렇게 됐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셔야죠.
◇ 김현정> 그 이야기는 잠시 마지막에 문 대통령에게 드리는 조언으로 제가 한 번 더 다시 여쭙도록 하고요, 교수님. 그 정치팬덤 문화에 대해서도 상당히 우려하셨어요, 책에 보면. ‘정치 팬덤이 문재인 대통령을 또 집권여당을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지지자들은 실은 그거는 망치는 길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식입니까?
◆ 강준만> 제가 제일 안타까운 게 문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흔히 중립적 개념으로 ‘문파’로 이제 부르죠.
◇ 김현정> 강성 지지층들.
◆ 강준만> 이분들을 개인적으로 제가 많이 알아요. 저하고 아주 친한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꽤 계세요. 제가 보는 그분들은 정말 사람 괜찮아요. 정의롭고요. 하여튼 일반적인 시민들 가운데 모범시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사회 참여의식도 강하고 이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고 모든 점에서 다 좋은데.
문제가 뭐냐 하면 이런 분들이 모이잖아요.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져버립니다. 그거 수렁이에요, 수렁. 거기에서는 강성파가 우위를 점하게 돼 있어요. 왜? 우리는 옳으니까. 옳은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어떤 반대편과의 갈등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강하게 나가는 사람이 우위를 점하게 돼 있어요. 이건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이 있습니다. 인류 역사의 진리라고 해도 무방해요. 동질적인 집단에서 나오게 된 강성 목소리. 그것 따라서 가죠? 다 망합니다. 망했던 수많은 사례들이 있어요.
◇ 김현정> 그거 왜 그렇습니까?
◆ 강준만> 그러니까 그게 집단사고의 함정이죠. 견제가 안 되죠.
◇ 김현정> 한 목소리만 나오는 거다?
◆ 강준만> 그럼요. 게다가 선악 이분법의 구도에 빠져 있으니까. 그래서 제가 흔히 우리 학계에서 한국 사회의 체제를 논할 때 그 특정한 시기를 중심으로 연도를 붙입니다. 87년 체제, 97년 체제, 그런데 저는 아직 우리가 61년 체제에 지금 머물러 있다고 봐요.
◇ 김현정> 61년 체제요? 아니, 민주주의가 이렇게 발전했는데?
◆ 강준만> 사회 체제 전반에 걸쳐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지금 말씀 이렇게 나누고 있는 정치를 보는 기본적인 시각, 그건 61년 체제예요. 61년 체제 특징은 뭐냐 하면 정치를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으로 보는 겁니다. 역대 독재정권들이 민중인사 탄압한 거 보세요. 전쟁도 그런 전쟁이 없죠. 유혈 전쟁이었어요. 엄청난 고문을 가하고 사람 죽이고.
민주화가 됐어요. 그때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명분도 있고 정의로운 전쟁이지만 과거 청산을 해야 될, 적폐청산을 해야 될 새로운 전쟁 모델이 지금 작동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제가 만나봤던 그 열성 지지자들하고 어디서 대화가 막히냐면 ‘그거는 옳지 않은 것 같고 그건 오버한 것 같고 이거는 이거지 않느냐?’ 답은 간단해요. ‘적폐’라는 거죠. 적폐를 청산하는 데 있어서 그렇게 부드럽고 정당하고 절차적 정의를 지키고? 별로 동의 안 합니다.
◇ 김현정> ‘적폐청산이라는 선의의 목적, 가야 할 목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거스르는 것들, 방해가 되는 것들은 다 문제가 있다’ 이런 걸까요?
◆ 강준만> 그런 거죠. 그분들이 완전히 그런 건 아니지만 비교적 소홀하게 보세요. 그러니까 우리 문 정부 초기 2년간 4명 자살자가 나와도 거기에 대해서 문제의식 가진 분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진보 진영에서. 저는 진보 진영 언론에서 이거 문제 있다라고 지적하는 거 한 번을 못 봤어요.
◇ 김현정> ‘검찰개혁, 적폐청산 하라고 조국 전 장관을 임명했는데 그 장관을 탈탈 털어 수사했으니 그건 검찰개혁 방해 목적이었고 그러면 그거는 틀린 거다, 악마다’ 이런 것도 비슷한 거예요?
◆ 강준만> 그렇죠. 단순하게 해석을 해버리시잖아요. 그러니까 인간세계의 복잡성을 이분들이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면 초점이 흐려지니까 그러지 말자’ 이거죠.
◇ 김현정> ‘팬덤을 가진 정치인들이 자기 팬덤만 바라보고 공익을, 자신에게 주어진 공적인 권리를 써버리고 휘둘러버리면 이거는 큰 사단이 난다’ 이 말씀이신 거고요?
◆ 강준만> 네, 정치 팬덤도, 최소한의 내부소통과 비판만 허용하는 팬덤이 된다면, 쉽지는 않겠지만 이게 아주 엄청난 우리의 정치적 국가적 사회적 자산이 될 수가 있죠. 자기 열성을 다해서 이타적인 활동을 하는데.
◇ 김현정> ‘팬덤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러면 이렇게 소통 안 되고 너무나도 폐쇄적인 이런 팬덤, 이게 문제’라고 보시는 거고, 그걸 그러면 잘 굴러가게 하려면 결국 그 팬들이 지지하는 그 사람, 그 정치인이 그 얘기를 해 주면 되겠네요?
◆ 강준만> 정치인 포함해서 초기에 팬덤의 조직화의 리더들이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실명은 안 대겠습니다마는, 이분들이 비겁하다고 봐요. 그분들이 볼 때 지금 현재의 팬덤이 우리가 원래 기획했고 우리가 원래 원했던 모습인가. 아닐 거라고 봐요. 그러나 이분들이 나서는 순간 이분들도 당해요. 이제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됐죠.
◇ 김현정> 다른 목소리를 내면?
◆ 강준만> 그렇죠, 하지만 남을 향해서 공개적으로 하지 말고 그 조직으로 들어가서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바뀔 수 있어요.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대선 이야기로 좀 넘어가보죠. 대선 이야기.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은 뭐가 될 거라고 보십니까?
◆ 강준만>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61년 체제의 종언이다. 반독재 하던 걸로 국정운영을 한다? 이건 말려야죠. 그 문법의 종언을 선언을 해야 합니다.
◇ 김현정> ‘새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반독재 투쟁. 즉 86세대. 이분법. 이 시대의 종언이 필요하다’?
◆ 강준만> 종언이 필요하죠. 그분들 다 물러나라가 아니라 얼마든지 우리 종교에도 회개가 있고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습니까? 바꿔주셔야죠.
◇ 김현정> ‘그 분들이 정신을 쇄신하면 된다. 반독재시대가 아닌데 그 시대에 머물러서 그 시대의 문법으로 정치를 하고 사회를 바라보고 이러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 강준만> 그럼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좀 봐줘야죠. 아시다시피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자 하면 전형적인 수구꼴통의 담론이라고 또 욕을 해요. ‘적폐청산 하지 말자는 말이냐’ 누가 하지 말자고 그랬어요? 그것을 국정 제1의 과제로 내걸고 하는 게 문제라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면 최근에 강하게 불어 닥친 그 이준석 현상, 헌정 사상 처음 30대 당대표가 됐는데 이 현상도 같은 비슷한 맥락으로 읽고 계시는 거예요?
◆ 강준만> 비슷한 맥락으로 읽으면서도 저는 이제 긍정 평가 하는 쪽인데요. 우리 국민들에게 아주 선물을 준 것 같아요.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자기효능감.
◇ 김현정> 자기효능감, 하니까 바뀌더라?
◆ 강준만> 또는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거죠. 무슨 말이냐 하면 그전에는 ‘뭘 정치가 바뀌어? 어림도 없는 이야기지. 뭐 이준석이 안 돼, 안 돼. 뭐가 바뀌어. 저놈들 늘 뻔한 사람들 안 돼 안 돼’ 이랬던 사람들에게 ‘어? 이거 봐라. 바뀌네?’ 내가 나서서 바뀔 수 있다라고 느끼는 생각이 효능감이거든요. 이 효능감을 줬다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아주 기여를 했죠. 아무나 효능감을 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없는 거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보수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잘된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그 사람을 이른바 혁신보수를 당대표로 뽑는 그 변화, 그 효능감, 그거를 맛봤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현상이다’ 그렇게 보시는 거군요?
◆ 강준만>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끝으로 이제 9개월 남은 문재인 정권,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실까요?
◆ 강준만> 이철희 정무수석이라고 계시죠?
◇ 김현정> 네.
◆ 강준만> 못 느끼셨어요? 이분이 정무수석으로 가신 후에 약간 좀 달라진 거 못 느끼셨어요?
◇ 김현정> 저는 느낍니다.
◆ 강준만> 그렇죠. 벌써 야당 찾아가서 인사하는 각도가 다르잖아요. 그러면 이철희 정무수석이 문재인 정부 안 되게 하려고 그럴까요? 저는 이철희 같은 분들을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안 남았지만 중요한 자리에 몇 분을 더 쓰시기를 바라요.
◇ 김현정> 그 이유는 ‘협치와 소통을 해야 된다’?
◆ 강준만> 그럼요. 그래야 문 정부가 잘했던 것, 긍정 평가를 받아 마땅한 일들 많았잖아요. 그것도 빛을 보고 살아나요. 그런데 계속 여태까지 해 왔던 대로 ‘끝까지 한번 붙어서 싸워보자’ 이거 안 됩니다.
◇ 김현정> 100 아니면 0. 선 아니면 악. 내 편 아니면 적, 이런 이분법에서 벗어나라는 말씀으로 들리네요.
◆ 강준만> 그렇죠, 닐슨 만델라. 만델라라는 사람이 어떻게 아파르트헤이트라고 하는 인종분리주의를 종식시킬 수 있었느냐.
◇ 김현정> 남아공에서.
◆ 강준만> 반대편의 연구를 많이 했더라고요, 이분이. 반대편의 연구를 많이 하면서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선한 사람이 더 많다’ 한번 믿어보는 거예요. 믿어보면서 그 사람들에 대해서 탐구하고 하니까 일단 만델라가 백인들로부터 신뢰를 얻었어요. 소통이 가능해진 거죠.
◇ 김현정> 소통이 가능해짐으로써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 강준만> 그럼요. 자, 흑인, 백인 갈등도 그럴진데, 아니 우리가 남북 갈등도 어떻게 해 보자는 마당에 같은 정치를 하자는 정치인들이 그렇게 원수처럼 싸워야 돼요? 선의의 경쟁을 왜 못합니까? 국민이 보는 눈이 있죠. 협치를 아마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 김현정> 알겠습니다. ‘증오와 혐오, 이분법적인 생각, 이것을 바꿔야 한다’
◆ 강준만> 그렇죠.
◇ 김현정> 오늘 제가 쭉 인터뷰 나누면서 얻은 해답은 ‘세상을 10 대 0으로 바라보지 말자’
◆ 강준만> 10 대 0은 안 되고 각자의 선호가치에 따라서 4 대 6, 3 대 7, 2 대 8 이렇게
◇ 김현정> ‘상대를 이해하자, 다양성을 인정하자. 그래야 소통된다. 정치인도 우리 시민도’ 그렇게 정리하면 되겠네요. 강준만 교수님, 오늘 정말 오랜만에 인터뷰하면서 세상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주로 지금의 권력을 쥐고 있는 쪽에 대한 조언이 오늘 주로 나갔다면 다음에는 야당 이야기도 한번 또 우리가 시간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 강준만> 야당 쪽에 대해서도 소통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분들, 이야기해야죠.
◇ 김현정> 해야죠. 다시 한 번 자리 마련하겠습니다. 오늘 긴 시간 대단히 고맙습니다.
◆ 강준만> 감사합니다.
◇ 김현정> "THE 인물과 사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북대학교 강준만 명예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