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처장은 17일 열린 첫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이더라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처장이 설명한 '윤석열 전 총장 사건' 수사의 배경은 법과 원칙에 따른 법률적인 판단과 결정이었다.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들을 모두 다 피하고 그 외의 사건들로만 수사하기도 어렵고,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아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윤 전 총장이 공수처에 입건된 혐의는 두 가지로,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하게 지휘했다는 것과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혐의 검사들의 수사·기소를 방해했다는 의혹이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사건을 △불입건 처리할 사건도 아니고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 사건도 아니라고 판단, 공수처에서 수사를 할 사건으로 봤다.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공수처에 고소·고발이 되거나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이첩이 돼 사건이 접수되면 공수처 '수리 사건'으로 일단 등록된다. 이 단계에서 각하(소송·청구 자체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리 절차를 끝내는 결정)할 사건은 불입건하거나 다른 기관에 이첩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건사무규칙상 '입건'하게 되는데, 윤 전 총장 사건을 입건할 사안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공수처의 열악한 수사 상황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채용 의혹 사건과 2호 사건인 김학의 출국금지 관련 허위 공문서 작성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는데다 검사 6명은 다음 주까지 교육을 해야하는만큼 심각한 수사 인력난을 겪고 있어서다.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검사와 수사관의 추가 채용을 확정했지만, 절차에 따라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 사건의 경우 언제 수사가 시작돼 마무리될 지 조차 미지수다. 공수처는 현재 윤 전 총장을 입건 했지만, 본격적인 수사 착수에 들어가지는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입건이 예선이라면 이후 모든 과정은 4강의 본선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진행될 수사의 공정성, 기소 혹은 불기소의 적정성, 기소 후 재판 결과, 이 모든 과정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득되고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측은 "한 사건은 법무부에서도 살펴본 뒤 도저히 납득이 안돼 징계결정문에 무혐의로 결론 낸 사안이고, 또 다른 사건은 징계 이유로 넣었다가 그 마저도 뺀 사안"이라면서 "공수처가 왜 이 사건들을 이 시기에 입건해 수사 대상으로 삼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