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우정사업본부는 "성실하게 임했으나 입장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배달원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 중에 있으며 합의 기한 내에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7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의 사회적 합의 이행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사회적 합의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책임은 우정사업본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합의기구는 연이은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로 촉발된 노동자들의 투쟁과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 속에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또한 4차례나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해결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기구가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몽니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1차 사회적 합의의 기본 취지인 '분류작업은 택배사의 업무이며 불가피하게 노동자에게 전가할 경우 응당한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햇다.
그러면서 "최종회의에서 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제시한 중재안 마저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참가자 모두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합의기구 성격상 우정사업본부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결국 사회적 합의안은 무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갈등은 지난 11일 우정사업본부가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증폭됐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에 지급하는 수수료에 '분류비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16일에는 "민간 택배노동자는 '주6일 80시간 근무, 수수료 1개당 750원'을 받는 데 비해, 우체국 택배노동자는 '주5일 50시간 근무, 수수료 1개당 1219원'을 받는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우체국 택배노동자가 민간에 비해 노동 강도가 약하고 수수료는 더 받는다는 것이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택배노조 윤중현 우체국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의 논지가 얼마나 추악하고 모순됐는지는 삼척동자가 안다"며 "만약 우정사업본부가 내부 자료를 근거로 분류비용을 줬다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1차 사회적 합의 이전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차 사회적 합의 서명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단 한 명의 분류 인력도 투입하지 않았다. 만약 투입한 게 맞다면 지금 당장 구체적인 인원을 밝혀라"라며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11일 우정사업본부는 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과 윤중현 우체국본부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노조는 여의도 포스트타워 1층 로비를 기습 점거해 이틀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기구의 취지를 존중하고 소포위탁배달원의 분류작업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개인별 분류를 기본방침으로 세우고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며 "개인별 분류를 사회적 합의 기한 내에 시행해 소포위탁배달원의 근무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날 사회적 합의기구는 국회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민간 부문에서 '연내 분류인력 투입'과 '주 60시간 근무' 등이 담긴 과로사 방지책에 잠정 합의했다. 이들은 오는 18일 다시 회의를 열어 추가 논의를 이어 갈 예정이다.
한편 지난 15~16일 이틀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약 4천명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 택배노조에 대해 경찰이 위원장 등 집행부 5명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출석을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감염병 확산 위험에 대한 경찰의 수차례 경고와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여의도공원 일대에서 수천명의 대규모 인원이 집결, 1박 2일에 걸쳐 불법집회를 진행했다"며 "채증자료 분석 등을 통해 불법 행위에 가담한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엄정 사법처리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