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오픈카 몰다 연인 사망…검찰 '살인' 적용

살인 사건 첫 공판서 30대 남성 혐의 부인

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
제주에서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가 사고를 내 연인을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음주 교통사고로 봤지만, 검찰은 살인 혐의를 적용해 이 남성을 기소했다.

17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34)씨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수척한 모습으로 법정에 섰다.

피해자 유가족은 재판 내내 오열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제주 여행 다음 날, 만취 상태로 오픈카 몰다 사고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4%의 만취 상태로 머스탱 컨버터블을 몰다가 도로 연석과 주차돼 있던 경운기를 연이어 들이받았다.

A씨가 여자친구인 B씨와 함께 제주 여행 온 다음 날 발생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B씨는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차량 지붕을 연 상태로 주행했고, B씨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터라 B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며 크게 다쳤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B씨는 결국 이듬해 8월 숨졌다.

◇검찰 "피해자 살해할 마음으로 고의로 사고 내"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최근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B씨를 살해할 마음으로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고상현 기자

검찰은 "당시 B씨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경고음이 울렸다. 그 직후 제한속도 시속 50㎞ 구간에서 시속 100㎞ 넘는 속도로 과속 운전을 하다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구간 2차로에 지역 주민 차량이 주차돼 있어 안전벨트 미착용 상태로 과속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날 경우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검찰 공소장에는 'A씨가 B씨에게 헤어지자고 했는데, B씨가 헤어지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거부하자 범행을 계획했다'는 취지로 적혀 있다.

◇변호인 "결혼 앞뒀는데…고의로 살해? 상상할 수 없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고, 피해자가 사망했다. 피고인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은 "결혼을 앞둔 연인 사이였다. 피고인 입장에서는 고의로 살해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사고 무렵 다툰 사실이 있다고 해서 살인죄로 기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장이 A씨에게 '사건 당시 음주 상태로 운전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A씨는 "사건 직전 B씨와 술을 마셨는데 중간부터 기억이 없다. 차량에 어떻게 탔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유가족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너무 화가 난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검찰과 피고인 측 주장이 엇갈려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오는 8월 9일 열리는 2차 공판에서는 수사 경찰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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