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 100개 옮기라 지시…40대 女노동자 극단적 선택

"하루하루 지옥같다"…경찰, '성희롱·폭언' 수사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는 16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여성노동자 사망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대기 기자
경북 포항 철강공단 내 건설현장에 일하던 40대 여성 노동자가 본래 업무 외 과중한 업무 지시와 폭언 등에 힘들어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 측은 참다못한 고인이 피해사실을 알린 이후 가해진 2차 피해가 극단적인 선택을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등은 16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서 기자회견을 '건설현장 성희롱 폭언 등에 의한 여성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엄중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A(48)씨는 지난 4월 철강공단 내 공장 건설 현장에 화재감시원으로 입사했다.


출근한 A씨에게 현장 관리자 2명은 쇠파이프 100개에 랩을 벗기고 씌우라 하고 그 파이프를 옮기라는 등 각종 지시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야', '너', '어이' 등으로 호칭하며 인격모독과 성희롱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A씨의 유서와 생전 지인과의 통화 녹취에 담겼다.

특히, 지난 9일 녹취록에는 관리자들이 자신에게 욕설을 하며 함부로 대한 사실도 털어놓으며 "하루하루가 지옥같다"는 심경도 밝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어 "정말 열심히 했다. 허리가 진짜 아파 죽을 만큼 열심히 하고 다리가 끊어질 정도로 했다"고 토로했다.

노조는 참다못한 A씨가 피해사실을 노동조합에 알렸지만, 관리자들은 가해사실을 부인하며 오히려 김씨를 압박하는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10일 오전 노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이를 안 가해자들이 김씨에게 자신들의 행위를 부인하고 고성을 지르는 등 위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피해 신고에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이날 오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조는 단체협약을 무시한 부당한 업무와 폭언, 성희롱에 피해 신고 후 행해진 2차 가해가 김씨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강조했다.

플랜트건설 노조 서효종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고인은 열심히 일을 하려는 성격이다"면서 "업무 외 일을 시키도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묵묵히 일했다. 하지만 오히려 관리자들의 불합리한 업무 등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업체는 관리자 2명을 해고한 가운데 경찰은 현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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