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들의 식량형편이 순조롭게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바듯해지고 있다(긴장해지고 있다), 즉 식량이 부족하다는 얘기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주민들이 다 보는 노동신문에서 '식량 부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 두번째 토의 의제로 상정된 '올해 농사에 힘을 총집중할 데 대한 문제'의 보고를 받을 뒤 "농사를 잘 짓는 것은 현 시기 인민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고 사회주의건설을 성과적으로 다그치기 위한 우리 당과 국가가 최중대시하고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전투적 과업"이라고 말했다.
특히 더욱 심해지고 있는 "재해성이상기후의 영향을 이겨내는 것을 올해 알곡고지점령의 관건적인 문제"로 내세웠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그(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요구이다.
김 위원장이 인민들의 식량부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 추산치(지난해 11월부터 올 10월까지)를 총 556만 1천t으로 예측하면서, 110만t의 곡물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이 중 20만 5천t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결국 86만t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앞으로 국제 사회 등 외부 지원으로 해결해야하는 부족분인 셈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 위원장이 "식량난을 매개로 국제사회와의 관계변화나 대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식량난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외부보다는 북한 내부를 향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먼저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맥락이다.
최고지도자가 주민들의 의식주 등 민생문제를 직접 챙기고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부각시킴으로써, 장기화되고 있는 '고난' 속에서도 인민들의 자발적인 동원과 체제 결속을 꾀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에 상정된 6개 의제 중 4개 의제가 민생 현안과 관련된 문제이다.
농업·식량문제 말고도 5개년 경제계획 관련 정책들의 상반기 집행정형 총화와 대책에 관한 문제, 비상방역상황의 장기성에 철저히 대비할 데 대한 문제, 인민 생활을 안정·향상시키며 당의 육아정책을 개선 강화할 데 대한 문제가 토의 의제로 상정된 바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민생문제 등 주요정책의 상반기 결산을 주된 목적으로 전원회의를 개최한 것 자체가 김정은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식의주문제, 특히 농업분야의 먹는 문제가 현 단계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는 점을 드러냈다"며, "올 한해에는 먹는 문제 해결에 총력 집중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김일한 동국대 연구교수는 "지난 5년간 북한 농업분야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경폐쇄로 밀가루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대용식량의 수입이 끊기면서 식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모내기가 막 끝난 현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농업분야의 성과를 압박한 것으로, 식량난의 공개 언급은 역설적으로 증산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2월 전원회의에서도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수립된 올해의 식량생산계획을 "관료주의와 허풍"으로 비판하면서 당초 계획을 전면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김일한 교수는 "식량생산계획을 높게 수립했다가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경우 인민대중의 사기저하, 국가능력에 대한 신뢰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계획목표의 전격적 축소를 통해 인민대중제일주의의 가시적 성과를 기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