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성인주점·성인PC방 코앞에…아동센터는 왜 유흥가로 갔나[노컷브이]

아동복지시설 인근 50m 내 유흥시설 있으면 불법
그러나 강동구 아동복지시설 주변 유흥업소 5개
"법 집행하는 구청에서 위반하는 것은 문제…민간은 다 따라"




서울시 자치구가 설립한 아동복지센터가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 설치·운영되고 있어 논란이다. 아동복지법 저촉 소지가 있지만, 입지 선정이 원천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구청의 하소연이다.

지난 10일 CBS노컷뉴스가 찾아간 서울 강동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길동에 위치한 이곳은 '구립' 아동복지시설로, 차상위 계층과 한부모·다문화 가정 아이들 위주로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1명의 아이들이 방과 후부터 저녁 6시까지 이곳에서 보충학습과 독서 지도, 예체능 활동을 한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라고 한다. 2명의 선생님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지도.교육한다. 때로는 사뭇 진지한 수업이 이어지다가도 종종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에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센터를 떠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은 전혀 센터 안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길목 곳곳에는 유흥시설을 알리는 간판들로 즐비하다.

아이들이 센터 건물을 나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간판은 성인들만 출입이 가능한 주점이다. 이곳은 유흥시설 6종(유흥주점·감성주점·콜라텍·헌팅포차·홀덤펍)으로 지정된 곳으로, 지역아동센터 바로 맞은편 건물 2층에 있다.

성인주점 바로 옆 건물에는 노래주점이 위치하고 있고, 이어 30m 떨어진 곳에는 성인PC방과 또다른 노래주점 2곳이 한 건물에 모여 있다.

이 5개의 유흥업소들이 모두 지역아동센터에서 반경 50m 이내에 위치해 있다. 50m를 조금만 더 벗어나면 모텔과 유흥업소들이 즐비해 일일이 세기 힘든 수준이다.

심지어 지역아동센터 바로 뒷건물에는 '남성전용 마사지' 간판이 설치돼 있기도 하다. 더 이상 영업을 하는 곳은 아니지만 낯 뜨거운 간판은 버젓이 달려 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복지시설 50m 주위에는 청소년출입·고용 금지업소가 없어야 한다. 아이들의 생활환경을 유해업소로부터 지켜주자는 게 법의 취지다. 지자체가 설립한 아동복지시설이 법규를 위배한 셈이다.

이에 대해 강동구는 입지 선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재건축 사업을 하게 되면서 급하게 이사를 해야 했던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곳 중 그나마 가장 나은 환경의 장소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내년 말쯤 재건축 사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사가 완료되면 원래 있었던 천호동 쪽으로 다시 이사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곳에도 유흥업소들이 많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간이었다면 설립 접수조차 이뤄지지 않았을 입지에 구청이 운영하는 공공센터가 들어선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정익중 교수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유흥업소가 있는 곳 주변에 아동센터를 설치할 수 없다는 법을 민간은 다 따르고 있는데, 법률을 집행하는 구청에서 이것을 위반했다는 것은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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