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당 수장으로 선출되자마자 지난 주말 비서실장에 서범수, 수석대변인에 황보승희 의원 등을 임명하며 당직 인선에 착수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은 재임 중인 지상욱 전 의원의 유임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새 지도부 구성 이후 가장 관심이 쏠리는 당직 개편은 '당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무총장 인선 후 정책위의장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후보군이 겹치는 점을 감안해 사무총장직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일단 이 대표는 당내 중진인 권영세 의원(4선)을 사무총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백신 접종 후 휴식이 필요하지만 쉴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권 의원이 여러 면에서 사무총장을 맡아주시면 최선이라고 생각해 나름대로 설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실 관계자도 "일단 플랜 B를 고려하지 않고 권 의원을 영입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며 "사무총장직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 대표가 직접 영입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유승민계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임명한 이 대표 입장에서는, 권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영입할 경우 계파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아울러 주요 당직과 대선 캠프 경험 등을 갖춘 권 의원이 합류하면, 원내 경험이 없는 이 대표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 입장에선 사무총장에 권 의원만한 카드가 없을 것"이라며 "경험적인 보완 효과뿐만 아니라 계파색이 다른 최고위원들을 견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사무총장직을 맡아 달라는 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미 이 대표 측에 거절 의사를 전달하고 정리했다"며 "특정 타이틀을 맡는 것보다 좀 더 자유로운 위치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 이외 사무총장 후보군으로는 권성동‧박진‧김도읍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 운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당 3역 중 하나인 사무총장 자리는 새 지도부가 들어설 때마다 의원들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 대표 체제 하에선 예년 같지 않은 분위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르면 오는 8월 본격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때문에 '시한부 권력'에 불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무총장은 통상 임명권자인 당 대표와 운명을 함께 하는데, 결국 이 대표가 추진하는 정책과 공약 등을 설거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그 이후 역할을 맡으면 더 쉽게 갈 수 있어서 지금 사무총장을 맡는 게 실익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지금 당내 분위기는 '이준석 돌풍'이 당내에서는 어떻게 작용할까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대표의 정치력, 당권 장악 정도의 첫 시험대가 사무총장으로 누구를 모시느냐에 달렸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