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1년 6월 15일(화)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이인 기자
◇류도성>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안들을 분석하는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입니다. 오늘(15일) 75번째 시간에는 출범 13년을 맞았지만 제주도 하부기관으로 전락한 제주관광공사를 짚어본다구요?
◆이인> 지난 2008년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관광공사가 출범했습니다. 오는 25일이면 공사가 생긴 지 13년째를 맞는데요. 관광산업 육성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제주도의 승인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조직이 됐습니다.
◇류도성> 제주도의 하명기관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거군요?
◆이인> 코로나19까지 장기화되며 제주관광 시장은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는 그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관광업계의 나침반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주도의 사전승인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조직으로 전락했습니다.
◇류도성> 왜 그런가요?
◆이인> 제주관광공사는 제주도 산하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감독을 받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주도는 대행사업비와 전출금 명목으로 한해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제주관광공사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류도성> 구체적으로 얼마나 지원되나요?
◆이인> 관광공사가 제주도로부터 받는 대행사업비와 전출금은 2015년 126억 원, 2016년 129억, 2017년 163억, 2018년 159억, 2019년 170억, 2020년 157억 원 등으로 매해 100억 원을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류도성> 자체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점도 제주도 의존도를 키우는 이유죠?
◆이인> 삼다수를 생산하고 있는 제주개발공사는 그야말로 부자 공기업입니다. 수익이 충분한 개발공사와 달리 제주관광공사는 서귀포시 중문에 있는 지정면세점이 유일한 수익사업입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던 시내면세점 사업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인> 제주관광공사는 제주신화월드에서 운영하던 외국인 대상 시내면세점을 지난해 4월 철수했습니다. 중국 사드 보복 등으로 4년간 268억 원의 적자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시내면세점 철수로 내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중문 지정면세점만 남은 겁니다.
◇류도성> 제주도가 지원하는 예산에 기대면서 관광공사의 자율성은 사라진 거군요?
◆이인> 제주경제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관광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관광공사는 국내외 마케팅과 홍보, 연구조사 등 제주도의 관광사업을 대행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류도성> 예산을 받으면 관리감독을 받는건 당연한 얘기 아닌가요?
◆이인>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제대로 쓰이는지 관리감독을 받는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예산 집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재량권 자체가 사실상 봉쇄된 것은 문젭니다.
◇류도성> 제주관광의 컨트롤 타워가 아닌 대행기관에 머무르고 있다는 거군요?
◆이인> 제주 관광이 나아가야 할 정책개발과 사업기획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관광공사가 제주도의 하명이 있어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되면서 공사 사장의 재량권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류도성> 경영진단에 이은 조직개편도 장기간 지지부진해요?
◆이인> 지난해 11월 고은숙 사장이 취임했고 이후 경영진단을 시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경영진단의 결과물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조직개편은 어찌된 일인지 6개월이 넘도록 성과가 없습니다.
◆이인> 그렇습니다. 제주관광공사는 조직개편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하고 제주도와 협의중에 있습니다. 제주도 관광국장이 다음달 바뀌는 등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쉽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류도성> 자칫 조직개편이 장기 과제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이인> 지금 시기를 놓치면 하반기 인사 후에는 신임 국장의 업무파악을 이유로 다시 미뤄질 수 있습니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조직개편이 언제 단행될지 기약없는 시간이 또 흐를 수 밖에 없습니다.
◇류도성> 조직개편의 당위성에 대해선 제주도의회에서도 한목소리로 거들고 있죠?
◆이인> 지난해 10월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의원들은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벌어진 사업손실이 결과적으로 업무를 열심히 수행한 직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조직개편의 당위성을 지적했습니다.
◇류도성> 조직개편이 미뤄진 사이 관광공사는 활기를 잃은 조직이 됐다구요?
◆이인> 제주관광공사에선 조직개편은커녕 정기인사도 4년째 없었습니다. 처장급들은 10년 넘게 그얼굴이 그얼굴이고, 평사원과 대리, 과장, 팀장도 4년째 그대롭니다. 승진도 없고 자리도 바뀌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 자체가 없는 상황입니다.
◇류도성> 그래서인가요? 승진기한이 지난 직원이 74%나 된다구요?
◆이인> 제주관광공사의 일반 정규직이 137명인데요. 이 중 74%인 102명의 승진연한이 초과됐습니다. 특히 승진이 안된 직원의 87명은 하위직인 5급과 6급입니다. 제주관광공사는 6급부터 시작해 1급까지 오르는 구조인데, 승진기한이 지난 직원의 대부분은 하위직이라는 겁니다.
◇류도성> 활기를 잃은 조직이 되면서 떠나는 직원도 많다구요?
◆이인> 2016년 이후 44명이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등 인력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인사적체 현상을 겪으면서 직원만족도가 2016년 66.9점에서 2020년 51.8점으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류도성> 낮은 연봉에 입사를 거부하는 사태도 있었다구요?
◆이인> 제주관광공사기 지난달 정규직 신입사원 8명을 채용했는데요. 이가운데 1명은 입사를 거부했습니다. 이는 낮은 연봉때문인데 제주관광공사는 다른 공기업에 비해 신입 연봉이 500만 원이 적다고 합니다.
◇류도성>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인> 일단 일하는 조직으로 바꾸는게 시급합니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줘 사기를 진작시키려면 조직개편에 이은 정기인사도 필요하구요. 무엇보다 코로나19 시대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광공사의 자율권을 보장해주고 잘못되면 책임을 지게하는 구조로 개선해야 합니다.
◇류도성> 관광업계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요?
◆이인> 지방공기업법과 제주도 조례에 명시된 대로 대행업무의 비용보전을 통해 안정적 운영을 가능하게 해주고 경영위기를 초래하거나 조직개편에 실패할 때는 무거운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관광업계는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