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견수렴 절차 등을 무시한 '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구는 15일 이건희 미술관 해운대 유치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해운대구는 "국제관광도시이자 문화예술도시인 해운대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면 부산 관광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토 균형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24년 해운대구청 신청사를 재송동으로 이전한 뒤 현재 청사를 이건희 미술관으로 내놓는 방안도 밝혔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해운대에 이건희 미술관이 세워지면 세계적인 문화 예술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해운대구의 이러한 선언이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여론에 떠밀려 나온 뜬금없는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2007년부터 추진해 온 구청 이전 사업을 계획대로 2024년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 청사를 미술관으로 이용하겠다는 선언은 무책임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 의견 수렴 절차는 물론 공유재산 관리 심의를 거쳐야 하는 해운대구의회와 사전 논의도 없었고, 공감대조차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치를 선언한 것은 일방적인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해운대구는 당시 용역을 통해 '현재 청사를 체육 시설이나 도서관, 교육이나 복지 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받아든 바 있다.
해운대구의회 관계자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와 관련해 구의회와는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라며 "현재 청사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한 용역 결과에도 전혀 없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운대구가 가진 여러 이점을 살려 대안 중 하나로 검토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계획에 구체성이나 실현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사회에서도 현실성이나 미술품 관리 능력 등을 볼 때 책임감 없는 행위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기초단체가 미술품을 관리할 능력이 되는지, 노후한 현재 청사에 미술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지 등 종합적인 검토가 빠진 선언"이라며 "이건희 미술관 입지가 이슈화하자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게다가 신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청사를 미술관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은 주민 혼란만 더하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중앙정부나 부산시, 관계 기관과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문제"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현재 사업을 기획하고 유치 신청서를 작성하는 단계"라며 "지역 여론이 형성되고 신청사 문제가 해결되면 유치 절차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