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석탄으로 대표되는 탄소중립은 생활과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플라스틱은 줄이고 쓰레기는 재활용(자원순환)해야 한다. 화력발전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100%25(RE100)로 전환해야 하고 관련법도 제·개정해야 한다. 소비 패턴과 생산 공정이 바뀌고 일자리가 생겨나거나 사라지면서 산업구조도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배제·낙오되는 시민은 없어야 한다.
지속성 확보는 탄소중립만으로 가능할까. 공정과 정의 등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류 가치에 반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 이를테면 양극화와 혐오라는 산을 넘지 않고도 가능할까. 양극화는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혐오 범죄는 내 가족을 위협한다. 공정과 정의를 둘러싼 갈등과 불만은 사회 비용을 배가시킨다. 배려와 공동체, 포용적 사회를 향한 인식 전환이 중요한 이유다.
탄소중립과 포용적 사회로의 대전환을 우리는 '도시 전환'이라 부른다. 도시전환의 주체인 국가와 기업, 시민 가운데 성패의 열쇠를 쥔 것은 역시 시민의 동참이다. 대전CBS는 시민들의 이해와 동참을 돕고 넷제로 생태계 조성과 이를 위한 탄소화폐 도입을 제안하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환경·경제 재앙에서 살아남는 법 (계속) |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이상 높아지면 지구와 인류는 지속될 수 없다. 06년부터 15년까지 10년간 지구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0.87℃ 상승했다. 10년마다 0.2℃씩 상승하는 꼴인데,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서 2052년 사이에 1.5℃에 도달하게 된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보고서 내용이다. 기온 상승의 주범인 탄소를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와 인류가 재앙과 마주할 것이란 경고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200여 개국은 탄소배출량 감축을 약속했다. 파리기후협약이다. 2030년까지 2010년의 45%, 2050년에는 ±0% 달성이 목표다. 배출과 흡수를 통틀어 탄소 배출량이 ±0%인 것을 탄소중립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넷제로(Net Zero).
△환경 재앙에서 살아남는 법
대표적인 게 탈(脫)석탄이다. 화력발전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RE100)로 전환하는 것도,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 혹은 수소자동차로 대체하는 것도 필요하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의 쓰레기를 줄이는 자원 순환(zero waste)도 중요하다. 산업혁명 후 '탄소 사회'에 길들여진 탓에 탈(脫)탄소 사회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삶을 비롯한 사회 모든 분야의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지구가 멈췄던(?)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감축된 탄소 배출량이 고작 7%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가와 기업,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동참이 절실하다.
탄소중립은 GDP(국내총생산)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돈의 흐름을 좇던 경제에서 자연의 가치와 인류의 행복, 사회 지속성 등도 경제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탄소 국경세'와 유럽연합(EU)의 탄소세 도입은 이런 패러다임에서 비롯된다. 탄소 다(多)배출 국가 혹은 기업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법안이다. 다(多)탄소 배출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는 윤리적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충남도를 비롯해 많은 지자체들이 금고 선정시 탈(脫)석탄 금융 여부를 살피는 이유다.
이 같은 분위기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산업구조의 재편을 재촉하고 있다. 어쩌면 한 해 2000명이 넘는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는 열악한 국내 노동환경도 '자연의 가치와 인류의 행복'을 중요시 여기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개선될지 모를 일이다.
△능력주의 대신 정의로운 전환과 포용적 사회로
탄소중립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이 생기거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낙오하거나 배제되는 시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능력주의 사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요원하다. 탈(脫)탄소 사회로 향하는 길목에 탄소중립만 필요한 건 아니다. 공동체 의식과 배려 등 이른바 포용적 사회를 향한 인문학적 접근도 중요하다.
혐오의 사회는 안전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사회 양극화로 인한 혐오와 묻지마 살인과 같은 혐오 범죄, 공정과 정의를 둘러싼 갈등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야 말로 대전환의 과정에서 배제하고 낙오시켜야 할 것들이다.
1.5℃의 위협을 제시한 IPCC도 "기후 변화의 위협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퇴치의 전 지구적 대응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염홍철 회장은 "화석 연료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를 겪고 있는 지금, 아껴 쓰고 줄여 쓰고 열심히 일하는 근면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며 "분노와 불신의 사회 현상을 치유하는 데에도 공동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탄소중립과 포용적 사회를 위한 대전환을 우리는 '도시 전환'이라 부른다.
영국의 경제학자로 '도넛 경제학(Dougnut Economics)'의 저자인 케이트 레이워스는 지난해 서울혁신주간 기조발제자로 나서 "어떻게 하면 도시와 시민의 번영을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의 웰빙과 지구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거창한 명제가 아니더라도 자녀에게 폭염이나 미세먼지, 혐오 등이 없는 사회를 물려주자는 게 탄소중립과 포용적 사회, 도시 전환 논의의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