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3년 동안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을 심사할 때 군 복무 중 질병이 발병했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됐다고 볼 수 있는 등 폭넓은 인정이 필요한 사례 13건에 대해 재심의하라고 국가보훈처에 권고했다.
A씨는 1979년 2월 군 복무 중 정신착란 증상이 발병했지만, 군부대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군의관은 '심한 육체적 작업을 하면 좋아진다'는 소견을 제시했고, A씨는 연대 관측소 공사에 투입돼 심한 육체적 노동을 했다. 그러다 정신질환 증세가 악화돼 7월이 돼서야 의무대에 입실해 두 달 동안 치료를 받았다.
퇴원한 뒤에는 훈련 도중 선임병으로부터 총기 개머리판으로 구타를 당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다시 정신질환이 악화돼 1980년 8월에 공상으로 의병 전역했다.
계속된 치료에도 조현병이 완치되지 않자 2005년 1월 A씨는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공상군경 등록을 신청했다. 보훈처는 "A씨의 정신질환에 대해 공무와 관련된 두부손상 등 특별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입증을 할 수 없다"며 공무 관련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권익위는 이러한 심리사회적 요인을 배제하고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을 심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재심의하도록 국가보훈처에 권고했다.
권익위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은 "군 복무 중 질병이 발병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악화됐다면 질병 전역자의 입증 책임은 다소 완화하고 국가 증명책임은 다소 강화해야 한다"며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을 심사할 때는 질병의 발병, 악화와 관련한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