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는 이겼지만 당심은…이준석, '탄핵의 강' 넘었나

이준석, 43% 득표율로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
여론조사 압도적으로 이겼지만…당원투표는 3% 차이로 2위
TK 지역 등 당원 표심, '朴 탄핵' 에 대한 반감 여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일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데 반해 당원 투표에선 2위에 그친 것이 눈에 띈다. 그가 보수층 분열의 키워드인 '탄핵의 강'을 넘어 과거사 논쟁을 떨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당내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승리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이 탄핵 정당론을 펴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탄핵 문제에 공을 들였다. 강성 보수 지지층이 모여 있는 TK 지역은 유승민계에 대한 반감이 여전했고, 이 대표는 유승민계로 분류돼 탄핵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준석 비토 분위기가 가장 강한 대구에서 본인이 먼저 탄핵 문제를 꺼내 결자해지에 나선 셈이다.

지난 2012년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가 끝난 직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상황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당시 비대위원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당시 연설에서 이 대표는 "저를 영입한 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하지만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준석의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주실 수 있다면 더 이상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1년 26살의 나이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이 대표는 2016년 탄핵 사태 당시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새누리당을 나가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후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했다.

자신이 선택해 밟아온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지지를 호소한 이 대표의 선택은 효과가 얼마나 있었을까.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합산 43.82% 득표율로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나경원 후보는 37.14%, 주호영 후보는 14.02% 등을 기록했다. 성공한 걸까. 대표는 됐지만, 탄핵 이슈를 완전히 돌파했느냐는 다른 문제다. 일반여론조사와 영남표가 압도적인 당원투표를 비교해보면 된다. 최종 합산에 30%가 반영되는 일반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가 58.76%를 기록하며 2위인 나 후보(28.27%)를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70% 비중을 지닌 당원 투표에선 나 후보(40.93%)에 비해 이 대표(37.41%)는 3%포인트 가량 뒤쳐졌다.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가운데 이준석,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자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의 차이를 후보 별로 놓고보면,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에서 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을 파악하기 쉽다. 나 후보는 약 12%포인트, 주 후보는 약 9%포인트인데 반해 이 대표는 약 21%포인트 차이가 났다. TK 지역에선 이 대표가 당 수장으로 선출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탄핵의 강'을 넘은 것으로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내 TK 재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구 민심을 들어보면, 유승민계 인사들에 대한 배신 딱지가 여전하다"고 했고 이 지역 초선의원은 "탄핵 자체에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며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했던 사람들이 탄핵정당론을 주장하면 면책을 얻기 위한 술수로 비쳐질 뿐"이라고도 했다. 당 관계자는 "탄핵이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하는 지역 사람들도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당신은 그래도 탄핵 찬성하면 안되는 거였잖아'는 식으로 배신 프레임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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