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당내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승리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이 탄핵 정당론을 펴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탄핵 문제에 공을 들였다. 강성 보수 지지층이 모여 있는 TK 지역은 유승민계에 대한 반감이 여전했고, 이 대표는 유승민계로 분류돼 탄핵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준석 비토 분위기가 가장 강한 대구에서 본인이 먼저 탄핵 문제를 꺼내 결자해지에 나선 셈이다.
지난 2011년 26살의 나이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계에 입문한 이 대표는 2016년 탄핵 사태 당시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새누리당을 나가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후 바른미래당과 새로운보수당을 거쳐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했다.
자신이 선택해 밟아온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지지를 호소한 이 대표의 선택은 효과가 얼마나 있었을까.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합산 43.82% 득표율로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나경원 후보는 37.14%, 주호영 후보는 14.02% 등을 기록했다. 성공한 걸까. 대표는 됐지만, 탄핵 이슈를 완전히 돌파했느냐는 다른 문제다. 일반여론조사와 영남표가 압도적인 당원투표를 비교해보면 된다. 최종 합산에 30%가 반영되는 일반 여론조사에선 이 대표가 58.76%를 기록하며 2위인 나 후보(28.27%)를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70% 비중을 지닌 당원 투표에선 나 후보(40.93%)에 비해 이 대표(37.41%)는 3%포인트 가량 뒤쳐졌다.
당내 TK 재선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대구 민심을 들어보면, 유승민계 인사들에 대한 배신 딱지가 여전하다"고 했고 이 지역 초선의원은 "탄핵 자체에 승복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며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했던 사람들이 탄핵정당론을 주장하면 면책을 얻기 위한 술수로 비쳐질 뿐"이라고도 했다. 당 관계자는 "탄핵이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하는 지역 사람들도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당신은 그래도 탄핵 찬성하면 안되는 거였잖아'는 식으로 배신 프레임이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