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는 순간…" '광주 건물 붕괴' 빗속에도 추모 발길(종합)

광주 시민 1천여 명 조문
동구청, 당분간 합동분향소 24시간 운영
고인 60년 지기 합동분향소 찾아 '오열'

광주 건물 붕괴 사고가 9명이 숨진 가운데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합동분양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요진 기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광주 붕괴 사고로 숨진 9명의 합동분향소가 꾸려진 광주 동구청 앞에는 11일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지난 10일 오후 분향소 준비가 본격화되던 시간부터 합동분향소 주변에는 희생자들을 위로하 듯 오랜 시간 비가 내렸다.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평소 출근 시간보다 서둘러 집을 나섰거나 밤샘 근무 뒤 귀가하기 전 찾은 경우가 많았다.

동구청 인근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이수영(56)씨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사고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간된 도리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광주 시민들이 안 좋은 일을 당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퇴근하면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광주 남구에 사는 최모(47·여)씨는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출근하기 위해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최씨는 "제 자식과 비슷한 또래가 이번 사고로 희생됐다는 소식을 듣고 꼭 조문을 하고 싶었다"며 "시민들의 발길이 유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희생자의 또래로 보이는 교복 차림을 한 학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광주 동구 한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 한모(15)군은 "희생자들과 직접 알지는 못하지만 조문을 하고 싶어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며 "주변 친구들도 많이 슬퍼하며 합동분향소를 찾고 싶어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객이 오열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로 숨진 A(71·여)씨의 친구들로 분향소를 향해 뛰어오며 참아온 눈물을 터트렸다. A씨와 60년 지기 친구 사이인 이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고인의 영정 사진을 보고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게 됐다. 친구 유모(72)씨는 "친구의 사진을 보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며 "요양병원에 있는 남편에게 반찬을 주러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어제 오후 5시쯤 합동분향소 설치가 완료됐으며 1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조문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말했다. 동구청은 유가족들의 중단 요구가 없는 한 당분간 합동분향소를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24시간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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