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상주 계약을 맺은 감리자를 공사 현장에 참관하도록 의무화한 규정도 없어 사실상 철거업체가 해체계획서대로 건물을 부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에는 건물 등을 해체할 경우 감리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감리사가 120여 명으로, 건설행정프로그램인 '세움터'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이들 감리자는 건축주가 구청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기 이전에 건물 해체 방안 등이 적정한지를 살피고 이후 해체공사가 계획서대로 진행되는지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붕괴된 건물만을 기준으로 비상주 감리를 맡길 경우 5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주 감리를 맡겼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5배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상주 계약을 맺는다고 하더라도 감리자가 현장에 계속 상주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소한 감리업체에서 파견된 건축 관련 학과 졸업자나 자격증 등을 갖춘 '건축사보'가 현장에 상주해 관리·감독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감리자와 상주 계약을 맺고 일을 하게 될 경우 감리자 등에게 매일 진행할 작업 방식과 업무량을 미리 검토받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건설 현장의 안전성은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체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여부는 사실상 전적으로 철거업체 측에 맡기는 상황이 반복되게 된다. 결국 경제성 논리와 강제 규정이 없다는 허점 탓에 건축주는 주로 감리자와 비상주 계약을 맺게 되고 이후에는 감리자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광주 자치구 한 관계자는 "서울 잠원동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이후 건축물관리법이 개정됐지만 감리자와 상주 계약을 맺는 사례는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는 안전을 위해 상주 계약을 맺기를 바라지만 현재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