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규정 없다…'광주 건물 붕괴' 감리자·비상주 계약 일상

관련법 개정됐지만 해체공사 사실상 100% '비상주 계약'
비상주 계약 맺을 시 감리자 공사 현장 관리·감독 '의무 규정' 없어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고 해체공사를 진행하다 무너진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김한영 기자
해체계획서대로 건물을 철거하지 않아 광주 건물 붕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해체공사 규모나 방식 등과 무관하게 감리자와 상주(常駐) 계약을 맺도록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비상주 계약을 맺은 감리자를 공사 현장에 참관하도록 의무화한 규정도 없어 사실상 철거업체가 해체계획서대로 건물을 부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에는 건물 등을 해체할 경우 감리자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감리사가 120여 명으로, 건설행정프로그램인 '세움터'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이들 감리자는 건축주가 구청에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기 이전에 건물 해체 방안 등이 적정한지를 살피고 이후 해체공사가 계획서대로 진행되는지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
문제는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광주 건물 붕괴 사고 현장처럼 건축주와 감리자가 대부분 비상주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사 규모와 기간 등과 상관없이 비상주 계약이 가능한 상황에서 비용을 아끼려는 건축주 입장에서는 감리자와 상주 계약을 맺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붕괴된 건물만을 기준으로 비상주 감리를 맡길 경우 5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주 감리를 맡겼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5배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상주 계약을 맺는다고 하더라도 감리자가 현장에 계속 상주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소한 감리업체에서 파견된 건축 관련 학과 졸업자나 자격증 등을 갖춘 '건축사보'가 현장에 상주해 관리·감독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감리자와 상주 계약을 맺고 일을 하게 될 경우 감리자 등에게 매일 진행할 작업 방식과 업무량을 미리 검토받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건설 현장의 안전성은 높아지게 된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여기에 아무리 위험도가 높은 해체공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비상주 계약을 맺은 감리자가 현장에 참관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붕괴 등 사고 가능성이 큰 해체작업을 진행할 경우 섬세한 관리·감독이 필요하지만 감리자의 현장 참관을 강제하거나 의무화할 방안이 없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체계획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여부는 사실상 전적으로 철거업체 측에 맡기는 상황이 반복되게 된다. 결국 경제성 논리와 강제 규정이 없다는 허점 탓에 건축주는 주로 감리자와 비상주 계약을 맺게 되고 이후에는 감리자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광주 자치구 한 관계자는 "서울 잠원동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이후 건축물관리법이 개정됐지만 감리자와 상주 계약을 맺는 사례는 단 한 차례도 보지 못했다"며 "지자체 입장에서는 안전을 위해 상주 계약을 맺기를 바라지만 현재는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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