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가 지난 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자신을 정식 입건한 데 대해 이날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나선 건 국민의힘이다. 아직 입당 여부도 시기도 공식화한 적이 없지만, 윤 전 총장을 자당 후보로 여기고 있는 모양새다. 당 안팎에서 SNS를 통해 결의가 쏟아졌고 당 차원에서는 논평이 나왔다.
진행 중인 당대표 선거에서 야권통합을 명분으로 윤 전 총장에게 연일 러브콜을 하고 있는 나경원 후보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가장 먼저 입장을 내놨다. 그는 "야권의 유력주자를 모조리 주저앉히고 장기집권을 꾀하겠다는 여당의 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권 도전자 중 한 명이자 윤 전 총장과는 당내 잠재적 경쟁자이기도 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권력의 칼로 정권교체를 막아서려는 그 무모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며 "국민의 힘이 윤 전 총장의 울타리가 돼주겠다"고 밝혔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권에 밉보인 인사들은 단지 친정부 단체에 의한 고발만으로 그 명운이 좌우될지 우려스럽다"며 "윤 전 총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하루 만에 수사에 나선다고 밝혔다니 묘하기 그지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정권과 각을 세울 때 올라갔다"며 "공수처가 윤 전 총장 대신 선거운동을 해주는 거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물밑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당 관계자조차도 "이제는 링 위에 서서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밝히고 검증을 받아야 할 시기였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미세 검증이 어려워지지 않겠냐"고 했다.
여권은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겠다며 원론적인 반응이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개시된 것이라 공수처가 독립적으로 잘 판단해서 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여러가지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잘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