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가 없는 감사원 조사를 요구했다가 외통수에 걸린 모양새다. 이미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12명 전원 탈당 권유라는 고강도 조치까지 내린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합당을 논의 중인 국민의당까지 나서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가 이번주 뽑힐 차기 당대표의 숙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조사를 마냥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당이 각종 특혜 문제로 시끄러웠고, 또 당내에 부동산 부자가 많아 대형 악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홀로 감사원 찾아간 국민의힘…국민의당조차 "꼼수"
국민의힘은 지난 3월부터 국민권익위의 조사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자당 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 여론을 나몰라라 했다.
반면 민주당은 석 달 간의 권익위 조사 이후 의혹이 불거진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권유'를 결정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 야5당도 전날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결국 국민의힘 홀로 법적 근거가 없는 감사원 조사를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원에 대한 직무 감찰이 감사원의 주업무는 맞지만, 감사원법 24조에 따라 국회와 법원·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에 대해선 직무 감찰을 할 수 없다. 감사원 관계자도 "감사원법 24조는 국회의원을 직무 감찰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불가 입장을 나타냈다.
이러한 주장에 합당을 논의하고 있는 국민의당조차 비판에 나섰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전날 TBS라디오에 나와 "(감사원이) 직무 권한이 뻔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조롱"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법적 근거도 없는 감사원 조사를 주장한 국민의힘도 외통수에 걸린 모양새다. 그러면서 출구 전략과 이후 대응책 마련 등이 차기 당대표의 숙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버티기',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조사를 마냥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덥석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 앞서 지난해부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각종 특혜와 편법 등의 이유로 잇달아 탈당한 바 있어 부동산 문제에서도 대형 악재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내에 부동산 부자가 많다는 점도 국민의힘을 불안케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공개한 21대 국회 부동산 재산 상위 10명 중 7명이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민주당은 2명, 무소속은 1명이었다.
당대표 후보 중에선 조경태 후보가 가장 먼저 권익위의 조사를 수용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조경태 후보는 전날 "감사원이 가능하지 않다면 권익위에 의뢰하는 것이 맞다"며 "사명감 높은 권익위 공무원을 믿고 맡기자"고 말했다. 이어 "권익위 조사에서 우리당 의원의 문제가 발생하면 결코 무죄추정 원칙 뒤에 숨지 않을 것이고, 출당·제명·수사의뢰 등 최고 수위 징계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문표 후보도 전날 KBS 주관 토론회에서 "법리상 어렵다면 권익위 조사를 못 받을 이유가 없다"며 권익위 조사에 동의했다.
반면 주호영 후보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하되 전문성을 가진 외부인사 전원으로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고, 나경원 후보도 "권익위에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부득이 특위를 구성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 역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를 확대 개편하자"며 권익위 조사엔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