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훈련' 명목 신도에 인분 먹인 교회 관계자 기소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조교리더 등…강요·강요방조 혐의
檢 "소장 접수된 내용 두루 수사…배임 등은 증거 불충분"

'신앙훈련'을 명목 삼아 교회 신도들에게 인분 섭취를 강요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빛과진리 교회 관계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이정렬 부장검사)는 지난 8일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담임목사(61)와 훈련조교 리더 최모(43)씨, 또 다른 조교 리더 A(4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먼저 김 목사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교육 훈련의 총괄자로 훈련의 위험성과 실태를 알면서도 최씨와 A씨가 훈련에 참가한 신도들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방치한 강요방조죄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교육감의 등록을 거치지 않고 학원을 불법 설립·운영한 혐의(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 현행법 상 학원이나 교습소를 설립·운영하려면 교육당국에 신고를 하고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최씨는 지난 2018년 5월 리더 선발 훈련에 참가한 신도에게 훈련 상 불이익을 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대변을 먹게 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전송케 한 강요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같은 해 6월부터 10월까지 역시 같은 훈련에 참가한 피해자들에게 약 40km의 거리를 걷게 하고 소위 '얼차려'를 시키기도 했다.

A씨는 최씨와 마찬가지로 지난 2017년 11월 피해자에게 인분을 먹게끔 강요하고 같은 해 5~11월 리더선발 훈련에 참여한 피해자들에게 40km 걷기, 불가마 버티기, 매 맞기 등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앞서 지난해 이 교회 피해신도 20여명은 교회 측이 '리더십 훈련'을 빙자해 △자신의 인분 먹기 △돌아가며 매 맞기 △불가마에서 견디기 △공동묘지에서 기도하며 담력 기르기 △차량 트렁크에 갇혀있기 등의 엽기적 행동들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피해자들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이후 동대문경찰서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지휘했다. 경찰은 올 2월 김 목사와 최씨 등을 강요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다만, 검찰은 김 목사가 교회 헌금을 빼돌려 토지를 매입했다는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 등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훈련과정에서 교인에게 뇌출혈 및 후유장애 상해를 입혔다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도 김 목사와 최씨의 기소 죄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횡령이나 배임 혐의가 인정되는 몇 가지 지표들이 있는데 그에 해당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소장에 포함된 내용 등을 모두 두루 수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이 훈련을 최초로 고안해 시행하고 설교 등을 통해 해당 훈련의 수행을 강조해온 사실이 인정돼 강요방조죄로 재판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해당교회의 전 신도인 B씨는 지난 2018년 10월 '잠 안 자고 버티기' 훈련을 받다 뇌출혈로 쓰러져 1급 장애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당일 오전 11시쯤 몸에 힘이 빠진다고 호소했지만, 응급차는 그로부터 2시간 이상 지난 오후 1시 22분경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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